이 글은 Claude Opus 5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들어가며#

Part 1에서는 서울대 이재욱 교수의 인터뷰 〈코딩도 과제도 AI가 다 하는 시대, 컴공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의 앞쪽 세 챕터를 다뤘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시간의 무게중심이 쓰기에서 읽기로 옮겨 갔고, 코드 작성은 거의 자동화될 수 있지만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일은 인간에게 남으며, 바이브 코딩은 프로토타입에는 훌륭하지만 프로덕션에서는 95%가 0%가 됩니다.

이번 편은 후반부 네 챕터입니다. 교육 현장의 문제, 컴퓨터공학이라는 학과의 존재 이유, 앞으로 중요해질 역량, 그리고 비전공자를 위한 조언입니다. 앞 편과 마찬가지로 영상의 주장을 정리한 뒤 외부 근거를 붙이고, 마지막에 짚어야 할 부분을 덧붙입니다.


챕터 4. 학생이 “중간 배달원"이 될 때 (07:08~)#

영상의 주장#

이재욱 교수가 이 챕터에서 던진 표현이 인터뷰 전체에서 가장 뾰족합니다.

먼저 진단입니다. 과거에 내던 텍스트북 기반 문제 는 인터넷에 이미 방대한 데이터가 있고 모델이 그것을 잘 학습해서, AI가 사실상 100% 정확도로 풉니다. 그런 문제는 더 이상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되지 못합니다.

그다음이 핵심 우려입니다. 학생이 “미들맨(중간 배달원)” 이 되는 상황입니다. 문제를 내는 사람은 교수이고, 문제를 푸는 것은 AI인데, 학생은 그 사이에서 문제를 전달하고 답을 받아 오는 배달원 역할만 합니다. 과거에는 학생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푸는 과정에서 학습이 일어났는데, 그 과정이 통째로 사라진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유의미한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합니다.

처방은 두 갈래입니다.

  1. 계산기 비유: 계산기가 있다고 해서 사칙연산을 안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기본을 알아야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할 기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이것을 “지식의 임계점” 이라고 표현하며, 그 임계점을 넘기 위한 개념 교육에는 여전히 시험이나 퀴즈 같은 전통적 도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 문제 정의 쪽으로 이동: 반대 방향으로, 아주 미니멀한 제약 조건만 주고 “이걸 어떻게 설계해 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해진 정답이 없고,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설계해 보는 문제를 통해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는 훈련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근거 보강 1: ‘미들맨’ 진단은 학습과학과 정확히 맞습니다#

이 교수의 진단은 직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인지심리학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십 년치 연구가 있습니다. Robert Bjork와 Elizabeth Bjork의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 이론입니다.

핵심 주장은 이렇습니다. 습득 속도를 늦추는 조건들이 장기 기억과 전이(transfer)를 오히려 높입니다. 수십 년의 증거가 축적된 다섯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내용 AI 사용 시
분산 연습(spacing)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 유지 가능
교차 연습(interleaving) 여러 유형을 섞어서 연습 유지 가능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보지 않고 꺼내 보기 사라짐
생성(generation) 답을 보기 전에 스스로 만들어 보기 사라짐
다양한 연습(varied practice) 조건을 바꿔 가며 연습 부분적

문제를 AI에게 넘기고 답을 받는 순간, 다섯 가지 중 학습 효과가 가장 큰 두 가지가 통째로 증발합니다. 이 교수가 말한 “배달원” 상태를 학습과학 언어로 옮기면 생성 효과와 인출 연습이 모두 제거된 상태 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Bjork가 말한 유창성 착각(fluency illusion) 입니다. 학습자는 다시 읽기(re-reading)처럼 쉽게 넘어가는 방법을 선호하는데, 술술 읽히는 느낌 때문에 잘 배웠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AI가 생성한 코드를 읽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이 정확히 이 감각입니다. 읽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Bjork 이론의 마지막 축은 수행(performance)과 학습(learning)의 구분 입니다. 수행은 오늘 연습 중에 할 수 있는 것이고, 학습은 나중에 새로운 맥락에서 할 수 있게 되는 상대적으로 영구적인 변화입니다. 과제 점수는 수행만 측정합니다. AI 시대에 이 둘의 간극은 그 어느 때보다 벌어졌습니다.

근거 보강 2: 2026년 실험이 ‘미들맨’ 가설을 코드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 교수의 우려를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직접 측정한 연구가 2026년 2월에 나왔습니다. Anthropic의 Judy Hanwen Shen과 Alex Tamkin이 발표한 「How AI assistance impacts the formation of coding skills」(arXiv 2601.20245)입니다.

  • 참가자 52명, 대부분 주니어 엔지니어. Python 주간 사용 경력 1년 이상.
  • 전원에게 낯선 비동기 라이브러리 Trio 를 학습하며 두 개의 코딩 과제 수행
  • 무작위로 AI 사용 그룹수동 코딩 그룹 으로 배정
항목 AI 그룹 수동 그룹
개념 이해 퀴즈 50% 67%
과제 소요 시간 약 2분 빠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방금 몇 분 전에 자기 손으로 작성한 코드의 개념을 묻는 퀴즈에서 17%포인트 낮았습니다. 격차가 가장 컸던 것은 디버깅 문항 이었습니다. 반면 속도 이득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은 “게을렀던 것 같다”, “라이브러리 세부사항에 더 주의를 기울일 걸 그랬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에서 가장 실용적인 발견은 사용 방식에 따른 분화 입니다.

AI에게 개념을 물어본 사람은 65% 이상을 받았고, AI에게 코드 생성을 위임한 사람은 40% 미만을 받았습니다.

같은 도구를 쓰고도 결과가 갈렸습니다. 즉 미들맨 문제는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임하느냐 의 문제입니다. 이 교수의 진단은 옳았고, 2026년 실험은 거기에 처방까지 덧붙여 줍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참가자는 학생이 아니라 실무 경력 1년 이상의 엔지니어 였습니다. 이 문제가 교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인데, 이 함의는 Part 3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근거 보강 3: 뇌 영상 연구 — 다만 조심스럽게 읽어야 합니다#

같은 방향의 신경과학 연구도 널리 인용됩니다. MIT Media Lab의 Nataliya Kosmyna 등이 발표한 「Your Brain on ChatGPT: Accumulation of Cognitive Debt」입니다. 다만 아래에 적을 한계 때문에, 위의 Anthropic 실험보다 약한 증거로 다루는 것이 맞습니다.

설계는 이렇습니다. 참가자를 LLM 사용 그룹, 검색엔진 그룹, 아무 도구도 안 쓰는 그룹으로 나눠 에세이 과제를 시키고 EEG로 뇌 활동을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도구를 안 쓴 그룹이 가장 강하고 넓게 분포된 뇌 연결성을 보였고, 검색엔진 그룹이 중간, LLM 그룹이 가장 약했습니다.
  • 자기 글에 대한 소유감(ownership) 은 LLM 그룹이 가장 낮았습니다.
  • LLM 그룹은 자신이 방금 쓴 글을 정확히 인용하는 데 어려움 을 겪었습니다.

저자들은 이 현상을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 라고 불렀습니다.

다만 이 연구를 인용할 때는 한계를 함께 말해야 공정합니다.

  • 참가자는 세션 1~3에서 54명, 크로스오버 세션 4는 18명 에 불과합니다.
  • arXiv 프리프린트 이며 동료 심사를 거친 저널 논문이 아닙니다.
  • 저자들 스스로 EEG의 공간 해상도 한계를 인정하고 fMRI 후속 연구를 다음 단계로 제시했습니다.
  • 과제가 에세이 쓰기 에 한정되어 있어 다른 작업으로 일반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반박 논문도 나와 있으며, 특히 “성찰적·보조적 LLM 사용"과 “수동적 복사"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즉 이 연구는 미들맨 가설과 방향이 일치하는 보조 신호 이지 결정적 증거는 아닙니다. 앞의 Anthropic 실험과 Bjork의 행동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근거 보강 4: 대학들은 이미 ‘과거의 도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교수가 “시험이나 퀴즈 같은 과거에 쓰던 도구"를 언급한 것은 회고적 발언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세계적 흐름입니다.

  • 프린스턴대 는 2026년 7월 1일부터 모든 학부 대면 시험에 감독관 배치를 의무화했습니다. 133년간 이어진 무감독 시험 전통 을 끝낸 결정입니다.
  • 코넬, 펜실베이니아대, NYU 등에서 다양한 형식의 구두시험(oral exam) 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손글씨로 답안을 쓰는 ‘블루북’ 이 부활했습니다.
  • LSE는 대면 감독 시험, 구두 평가, 과정 기반 평가를 늘리고 있습니다.

역설적입니다. AI가 가장 앞선 시점에, 평가 방식은 가장 아날로그한 형태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산기 비유는 방향은 맞지만 난이도를 과소평가합니다#

계산기 비유는 널리 쓰이지만 결정적인 차이 하나를 감춥니다. 계산기는 결정론적이고 틀리지 않습니다. 2+2를 넣으면 항상 4가 나오고, 계산기가 5를 내놓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계산기 시대의 교육 과제는 “결과를 검증하라"가 아니라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라"였습니다.

AI는 확률적이고, 그럴듯하게 틀립니다. Part 1에서 본 Stack Overflow 조사의 “거의 맞지만 정확히는 맞지 않은” 답변 문제(66%)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학생에게 요구되는 것은 해석 능력만이 아니라 검증 능력 이고, 검증은 해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합니다.

또 하나. 계산기는 산술이라는 좁고 잘 정의된 영역만 자동화했습니다. AI는 문제 정의 자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가 제시한 두 번째 처방(학생이 문제를 정의하게 하기)도 AI에게 “이 제약 조건으로 좋은 설계 문제를 만들어 줘"라고 물어보는 순간 같은 미들맨 구조로 되돌아갑니다.

즉 계산기 비유가 가리키는 방향(“기본은 여전히 가르쳐야 한다”)은 옳지만, 그 기본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는 점까지는 담아내지 못합니다.


챕터 5. 그래도 컴공에 가야 하는 이유 (09:13~)#

영상의 주장#

진행자가 직설적으로 묻습니다. “그럼 컴공 왜 가야 되나요? 옛날보다 배우는 게 줄어든 것 아닌가요?”

이 교수의 답은 세 겹입니다.

첫째, 컴공의 정의를 다시 세웁니다. 컴퓨터공학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계산적 해법 을 구하는 학문이고, 핵심은 두 가지 사고방식입니다.

  • 알고리즘적 사고: 복잡한 작업을 그보다 단순한 스텝들의 조합으로 풀어내는 것
  • 데이터 기반 사고: 데이터의 분포를 읽고 거기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

둘째, 고용 전망은 두 시나리오 사이 어디쯤이라고 봅니다. 하나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 입니다. 코딩이 쉬워지면 코딩의 총량과 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져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다는 쪽입니다. 다른 하나는 AI가 모든 코딩을 자동화해 인간 코딩 수요가 사라진다는 쪽입니다. 이 교수는 현실이 그 중간 어디쯤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ATM 비유 가 나옵니다. 은행에 ATM이 도입될 때 창구 직원이 다 없어질 거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컨설팅이나 전략, 투자 쪽으로 새로운 직역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셋째, 다만 초급 개발자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실제로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야 할 고민이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진행자가 던진 질문이 인상적입니다. “지금 20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26학번으로 돌아간다면 가시겠습니까?” 이 교수는 가겠다 고 답합니다. 이유는 지금이 모두에게 공평한 상황 이기 때문입니다. AI가 가져온 변화는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나 이제 막 들어온 주니어에게나 똑같이 새롭고,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혁신을 이끌어 볼 수 있는 공간이 예전 어느 때보다 넓다는 것입니다.

근거 보강 1: “컴공은 코딩 학과가 아니다"는 오래된 주장입니다#

영상 마무리에서 이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컴퓨터공학부는 코딩을 가르치는 학과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해서 해결 가능한 방식으로 변환하는 문제 해결 방식 을 가르쳐 온 학과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 학문의 오래된 자기 정의입니다.

Jeannette Wing이 2006년 3월 Communications of the ACM 에 실은 「Computational Thinking」은 계산적 사고를 컴퓨터과학자만의 것이 아니라 읽기·쓰기·셈하기와 나란히 놓여야 할 보편 역량 으로 규정했습니다. 20년 전 글인데, 영상에서 이 교수가 말한 “알고리즘적 사고 + 데이터 기반 사고"와 사실상 같은 내용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맥락에서 자주 인용되는 “컴퓨터과학이 컴퓨터에 관한 학문이 아닌 것은 천문학이 망원경에 관한 학문이 아닌 것과 같다"는 문장은 흔히 Edsger Dijkstra에게 귀속되지만 출처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Quote Investigator의 추적에 따르면 1968년 Alan Perlis의 유사 발언이 먼저 있었고, 지금 형태로 활자화된 것은 1990년대 초 Michael Fellows와 Ian Parberry의 글입니다. 좋은 인용이지만 출처는 정확히 아는 편이 낫겠습니다.

근거 보강 2: 학생들의 불안은 데이터가 뒷받침합니다#

영상은 학생들의 불안을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되 낙관 쪽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그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통계입니다.

미국 고용 데이터. Stanford Digital Economy Lab이 2026년 6월 발표한 AI Economic Indicators 연구노트 #1은 미국 최대 급여 처리 업체 ADP의 행정 데이터로 2026년 4월까지 5년치, 기업 25,000곳, 730개 이상 직군을 추적합니다. ChatGPT 등장(2022년 11월) 이후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입니다.

구분 AI 노출 최상위 AI 노출 최하위
전 연령 +1.1%/년 +2.0%/년
22~25세 −3.8%/년 +2.0%/년

전 연령으로 보면 차이가 크지 않은데, 초년생 구간에서는 방향 자체가 갈립니다. 보고서는 초년생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고객서비스 종사자 가 특히 큰 감소를 보였다고 명시합니다. 그리고 이 감소는 완화된 것이 아니라 심화되어, 2024년 4월 연 2.8% 감소에서 이후 연 4% 이상으로 벌어졌습니다.

같은 팀이 2025년 11월 발표한 「Canaries in the Coal Mine?」 논문은 이 현상을 여섯 가지 사실로 정리하면서, AI 노출 상위 직군의 22~25세가 기업 단위 충격을 통제한 뒤에도 16%의 상대적 고용 감소 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여기서 논문의 Fact 3 이 특히 중요합니다. 저자들은 Anthropic Economic Index를 활용해 각 직군에서 AI가 주로 자동화(automation) 용도로 쓰이는지 증강(augmentation) 용도로 쓰이는지를 구분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자동화 비중이 높은 직군에서는 젊은 노동자 고용이 감소했지만, 증강 비중이 높은 직군에서는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증강 노출 최상위 분위는 오히려 가장 빠른 고용 증가를 보였습니다.

이 구분은 이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실용적인 발견일지도 모릅니다. “AI에 노출되었는가"가 아니라 “AI가 당신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쓰이는가, 확장하는 방식으로 쓰이는가” 가 갈림길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고용 데이터. 국내 상황도 비슷한 방향입니다. 데이터뉴스가 2026년 7월 2일 보도한 국내 SW기업 인력 분석은 국민연금 가입자 데이터를 기준으로 53개 국내 SW기업의 인력 변화를 집계했습니다.

시점 인원 전년 대비
2023년 5월 11,768명
2024년 5월 12,095명 +2.8% (327명)
2025년 5월 12,327명 +1.9% (232명)
2026년 5월 12,341명 +0.1% (14명)

3년 만에 증가폭이 327명에서 14명으로 줄었습니다. 보도는 그 원인으로 경기 위축과 프로젝트 투자 축소, 그리고 개발자 개인 생산성을 높이는 AI 활용 확산을 함께 지목했습니다.

전공 선택. 미국 국가학생정보센터(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 연구센터가 2026년 1월 15일 발표한 2025년 가을 등록 집계에 따르면, 전체 학부 등록은 1.2% 증가 한 반면 컴퓨터·정보과학 계열은 모든 학위 수준과 모든 유형의 기관에서 감소 했습니다. 감소폭은 준학사·학사 중심 기관의 3.6%부터 대학원 과정의 14.0%까지 분포했습니다. 전체가 늘어나는 동안 이 계열만 역방향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미국 컴퓨팅연구협회(CRA)의 2025년 Taulbee 조사와 CERP Pulse 조사에서도 신규 등록 감소와 함께 조사 대상 학과의 다수가 학부 등록 감소를 보고했으며, 다만 컴퓨터공학·데이터사이언스·사이버보안·AI 같은 세부 분야는 증가를 보고한 학과가 더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참고로 뉴욕 연준의 전공별 최근 졸업자 실업률 데이터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이 6.1%로 집계된 수치가 널리 인용되지만, 해당 페이지는 2025년 10월 31일 자로 “필요 데이터 공급 중단으로 갱신이 중단되었다” 고 공지하고 있습니다. 최신 상태가 아니므로 인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ATM 비유#

ATM 비유는 이 인터뷰에서 가장 널리 쓰이면서 동시에 가장 오해되는 사례입니다. 이 부분은 Part 3에서 한 절을 통째로 할애해 다루겠습니다. 미리 말하면, 이 비유는 “일자리가 유지된다"의 사례가 아니라 “전환기에는 유지되고 그다음 단계에서 사라진다"의 사례 입니다.


챕터 6. 안목, 비평, 그리고 ‘기발자’ (13:09~)#

영상의 주장#

이 챕터에는 실무자가 가져갈 만한 내용이 가장 많습니다.

구현 훈련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 교수가 아는 가장 훌륭한 엔지니어링 매니저들은 대부분 본인이 엔지니어링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었습니다. AI 시대에는 일을 쪼개서 AI 도구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일하게 되는데, 그 위임조차 코딩에 대한 감이 없으면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더 중요해질 것은 문제 정의력과 안목입니다.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좋은 솔루션이 무엇인지 판별하는 안목(taste) 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목이 생기는 경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많은 경험을 해 보는 게 필수적이고, 우리가 손으로 무엇인가를 정말 만들어 보고 많이 또 버립니다. “아, 이거 좋지 않은 솔루션이었다” 하고 버리는 과정 속에서 그런 것들에 대한 안목이나 테이스트 같은 것들이 생깁니다.

커리큘럼은 AI 네이티브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모든 과목에서 AI 도구 사용을 기본 전제로 깔고 커리큘럼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를 쓰면 훨씬 높은 수준의 과제를 할 수 있으므로, 설계 단계의 문제 정의부터 이상적으로는 릴리즈해 보는 경험 까지 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평(critique) 훈련입니다. 코드나 설계를 보고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좋지 않은지 비평해 보는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발자’. 진행자가 소개한 신조어입니다. 기획자 + 개발자. 예전에는 기획자가 일을 정의하고 개발자에게 할당하는 구조였는데, 이제 한 사람이 기획부터 개발까지 다 할 수 있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그 방향이 맞다고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관찰이 하나 나옵니다. 최근 국내외 AI 공모전 수상자들을 보면, 특정 도메인의 좋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 입상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근거 보강: “좋은 문제를 가진 사람이 이긴다"의 정확한 의미#

이 관찰은 Part 1에서 잠깐 언급한 HBS/BCG의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실험과 연결하면 훨씬 선명해집니다.

이 실험은 758명의 BCG 컨설턴트(개인 기여자 인력의 약 7%)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결과는 과제가 AI 능력의 경계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에 따라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 경계 안쪽 과제 18개 에서 AI를 쓴 컨설턴트는 평균 12.2% 더 많은 과제 를 완수했고, 25.1% 더 빨랐으며, 품질은 대조군 대비 40% 이상 높았습니다.
  • 경계 바깥쪽 과제 에서는 AI를 쓴 쪽이 오히려 정답에 도달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연구진이 이 경계를 “들쭉날쭉한 경계(jagged frontier)” 라고 부른 이유는, 그 경계가 난이도 순으로 매끄럽게 나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 눈에 비슷해 보이는 두 과제가 경계의 반대편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 교수가 관찰한 “도메인 문제를 가진 사람이 공모전에서 입상한다"는 현상의 정확한 메커니즘이 드러납니다. 그들이 이긴 이유는 좋은 문제를 가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도메인 지식 덕분에 그 문제를 AI 능력 경계 안쪽으로 잘라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자동화 가능한 하위 문제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아는 것 자체가 도메인 전문성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 교수가 앞 챕터에서 말한 두 조건 —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주를 아는 것할 수 없는 한계를 아는 것 — 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영상은 이 두 이야기를 따로 했지만, 사실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근거 보강: ‘버리는 과정’이 안목을 만든다는 말에 대하여#

“많이 만들어 보고 많이 버리는 과정에서 안목이 생긴다"는 설명은 앞서 본 Bjork의 다양한 연습(varied practice) 과 정확히 겹칩니다. 조건을 바꿔 가며 반복하고 실패를 겪는 것이 장기적 전이 능력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영상이 말하지 않은 함의가 있습니다. 버리는 것도 비용입니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만드는 비용이 급격히 떨어진 반면 판단하는 비용은 그대로 입니다. “많이 만들어 보라"는 조언은 이제 거의 무료가 되었지만, “많이 버려 보라"는 조언은 여전히 비쌉니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알아보려면 이미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순환 구조를 어떻게 깨느냐가 사실상 커리큘럼 설계의 본질적인 난제인데, 영상은 여기까지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평 훈련은 어떻게 채점하는가#

“critique 훈련을 늘려야 한다"는 처방에는 실행상의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과제는 채점 비용이 큽니다.

객관식 시험은 수백 명 규모의 강의에서도 즉시 채점됩니다. 설계 비평 과제는 조교가 한 편씩 읽고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AI 네이티브 커리큘럼이 요구하는 “문제 정의 → 설계 → 릴리즈 → 비평” 사이클을 대형 강의에서 어떻게 확장할지는 열려 있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해법은 “AI에게 채점을 맡기자"인데, 그러면 학생이 아니라 교수가 미들맨이 되는 대칭적 구조가 생깁니다. 영상은 이 아이러니를 다루지 않습니다.


챕터 7. 비전공자는 무엇을 하면 되는가 (17:02~)#

영상의 주장#

간결하고 실용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AI로 풀 수 있다고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지금 손에 쥔 아주 작은 프로젝트라도 AI로 한번 풀어 보라는 것입니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AI 도구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에 대한 감 이 생기고, 내가 가진 문제를 AI로 어떻게 풀 수 있을지에 대한 감도 생긴다는 조언입니다.

근거 보강#

이 조언의 모범 사례가 Part 1에서 다룬 광진구청 류승인 주무관입니다. 7년 차 일반행정직 공무원이 자기 업무의 불편함에서 출발해 법령·통계·건축 조회 도구를 직접 만들었고, 할루시네이션이라는 한계를 알고 원문·출처 확인 구조를 넣어 설계했습니다. “감이 생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그리고 앞서 본 Canaries 논문의 Fact 3이 비전공자에게 특히 중요한 함의를 줍니다. 증강 용도로 AI가 쓰이는 직군에서는 젊은 층 고용 감소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기 도메인 지식을 유지한 채 AI를 확장 도구로 쓰는 경로가, 데이터상 가장 안전한 경로입니다.

Anthropic의 Economic Index에서도 Claude.ai 대화의 증강(52%) 비중이 자동화(45%)를 다시 앞질렀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이 비율은 시기별로 뒤집히며 움직여 왔으므로 추세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출발점의 위험#

“대부분의 문제는 AI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는 조언은 실천을 유도하는 좋은 프레이밍입니다. 그러나 이 교수 본인이 앞 챕터에서 말한 두 번째 조건 — 할 수 없는 한계를 아는 것 — 이 비전공자에게는 얻을 경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Part 1에서 본 데이터를 다시 떠올려 보면 문제가 분명해집니다. AI가 생성한 코드의 45%가 보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XSS와 로그 인젝션 통과율은 각각 15%와 13%입니다. 추천 패키지의 약 20%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같은 조언을 받아 같은 시도를 하면, 결과물의 안전성은 전혀 다릅니다.

특히 광진구청 사례처럼 공공 데이터나 개인정보를 다루는 도구 를 만들 때는 더 그렇습니다. 그 사례가 잘된 이유는 만든 사람이 한계를 알고 설계했기 때문이지, 바이브 코딩이 원래 안전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작은 것부터 만들어 보라"에 “그리고 그것을 남에게 쓰게 하기 전에 반드시 검증 경로를 만들어라"가 따라붙어야 조언이 완성됩니다.


마무리: “great equalizer”#

영상의 마지막에 이 교수는 미래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로 “great equalizer” 라는 표현을 꺼냅니다. 최근 서울대를 방문한 매디슨 황(Madison Huang) 디렉터의 말을 인용한 것입니다.

확인해 보니 NVIDIA의 Physical AI 플랫폼 제품·기술 마케팅 시니어 디렉터인 Madison Huang이 2026년 4월 28일 서울대를 방문해 해동첨단공학관에서 “Leadership for the Age of AI: Women’s Voices"라는 제목으로 강연했고,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석했습니다. 서울대 로봇연구소와 AI연구원 시설도 둘러봤다고 합니다.

‘great equalizer’의 논지는 이렇습니다. 이 기술이 모두에게 새롭기 때문에 모두에게 같은 출발선을 주는 평탄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가 “26학번으로 돌아가겠다"고 답한 이유와 정확히 같은 논리입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컴퓨터공학부는 코딩을 가르치는 학과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해서 해결 가능한 방식으로 변환하는 문제 해결 방식을 가르쳐 온 학과이므로, 앞으로도 충분히 역할이 있을 것이고, 학생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2부를 정리하며#

후반부 네 챕터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1. 학생이 미들맨이 되면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 Bjork의 바람직한 어려움 이론과 Anthropic의 2026년 무작위 실험(이해도 17%포인트 하락)이 정확히 뒷받침합니다. 프린스턴을 비롯한 대학들의 대면·구두 평가 회귀도 같은 방향입니다. 다만 계산기 비유는 확률적으로 틀리는 도구와 결정론적 도구의 차이를 담아내지 못합니다.
  2. 컴공은 계산적 사고와 데이터적 사고를 가르치는 학과다 — Wing의 2006년 논문 이래 학문의 자기 정의 그대로입니다. 다만 학생들의 취업 불안은 미국 ADP 데이터, 한국 국민연금 데이터, 전공 등록 통계가 모두 뒷받침합니다.
  3. 안목과 문제 정의력이 중요해진다 — HBS/BCG 실험은 왜 도메인 지식 보유자가 이기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다만 만드는 비용은 떨어졌지만 판단하는 비용은 그대로라는 비대칭, 그리고 비평 과제의 채점 확장성 문제는 남습니다.
  4. 비전공자는 작은 것부터 만들어 보라 — 실증 사례가 있고 고용 데이터의 증강/자동화 구분과도 맞습니다. 다만 “한계를 아는 법"이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영상의 주장을 정리하고 근거를 붙이는 작업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방향을 바꿔서, 영상의 주장 중 데이터가 뒷받침하지 않는 부분과 영상이 아예 다루지 않은 큰 조각들 을 2026년 자료로 검증합니다. 2025년에 유명했던 반론 하나를 먼저 철회하는 것으로 시작해, 속도가 어디로 새는지(Faros·DORA·GitClear의 2026년 데이터), 격차의 진짜 원인, ATM 비유의 함정, 그리고 이 인터뷰에서 가장 크게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 Peter Naur의 ‘이론 구축’과 Lisanne Bainbridge의 ‘자동화의 아이러니’ — 를 다루겠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