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4.8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album_cover

2020년 5월 발매된 아야카(絢香)의 두 번째 커버 앨범 遊音倶楽部 〜2nd grade〜 는 2013년 〜1st grade〜 로부터 약 7년 만에 나온 후속작입니다. 1970년대 아라이 유미·이츠와 마유미부터 1980년대 레베카, 1990년대 미스터 칠드런·나카지마 미유키·포르노그래피티, 2000년대 이후 히라이 켄·백넘버·사카낙션·쿠와타 케이스케까지, 전 10곡 전곡 커버로 일본 대중음악의 또 다른 한 챕터를 노래합니다. 전작보다 원곡과 원작자의 이야기에 한층 무게를 실어, 명곡들의 배경까지 함께 따라 읽는 리뷰입니다.


앨범의 배경 — 두 번째 학년, 더 깊어진 선곡#

지난 리뷰에서 다룬 遊音倶楽部 〜1st grade〜(2013)는 바세도병 투병과 긴 공백을 지나 독립 레이블 A stAtion으로 돌아온 아야카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만든 곡들을 직접 골라 부른 ‘음악적 자기소개서’였습니다. 〜2nd grade〜 는 그 연장선에서, 무려 7년의 간격을 두고 2020년 5월 13일에 발매된 두 번째 학년의 기록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 10곡이 모두 커버이며, 오리콘 주간 차트 5위에 올랐습니다.

제목의 ‘遊音倶楽部(유음구락부)‘는 “음을 가지고 노는 동아리"라는 뉘앙스이고, 부제 ‘2nd grade(2학년)‘는 1학년에서 한 학년 진급했다는 위트 있는 작명입니다. 실제로 이번 앨범의 선곡은 전작보다 폭이 한층 넓습니다. 1980년 이츠와 마유미의 쇼와 발라드부터 2015년 백넘버의 현대적 록 발라드까지 35년의 시간대를 아우르고, 미스터 칠드런·포르노그래피티 같은 밴드 록, 사카낙션의 일렉트로닉 록, 나카지마 미유키·쿠와타 케이스케의 국민 가요까지 장르도 다양합니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은 전작과 같습니다. 한 가수가 사랑하는 노래들을 그러모은 목록이 그대로 일본 대중음악사의 한 단면이 된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한 곡 한 곡의 출신과 사연이 더 흥미로워서, 아래에서는 아야카의 해석만큼이나 원곡과 원곡자의 이야기 에 무게를 실어 살펴보겠습니다.


Track by Track 분석#

1. everybody goes 〜秩序のない現代にドロップキック〜#

  • 원곡: Mr.Children / 미스터 칠드런 (1994)

미스터 칠드런은 1989년 결성되어 보컬 사쿠라이 카즈토시(桜井和寿)와 프로듀서 코바야시 타케시(小林武史)를 중심으로 1990년대 일본 록의 주류를 정의한 밴드입니다. 「everybody goes 〜秩序のない現代にドロップキック〜」 는 1994년 12월, 대히트곡 「Tomorrow never knows」 발매 불과 한 달 뒤에 나온 일곱 번째 싱글로, 연속 밀리언셀러 행진의 한가운데에서 오리콘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발라드가 많은 그들의 대표곡들과 달리, 이 곡은 질서 없는 현대 사회와 미디어를 향해 “드롭킥"을 날리는 풍자적이고 빠른 록 넘버입니다. 부제부터 도발적인 이 곡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타이업도 뮤직비디오도 없이 오로지 곡의 힘만으로 정상에 오른 트랙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으로, 발라드 가수로 각인된 아야카에게는 오히려 의외의 선곡입니다. 원곡의 냉소와 질주감을 여성 보컬의 탄력으로 받아내며, 첫 곡부터 “이번 앨범은 얌전한 추억 모음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2. ルージュの伝言 (루주의 전언)#

  • 원곡: 荒井由実 / 아라이 유미 (1975)

아라이 유미는 결혼 후 마츠토야 유미(松任谷由実), 애칭 ‘유밍’으로 더 잘 알려진, 일본 ‘뉴 뮤직’의 토대를 놓은 싱어송라이터입니다. (1975년 당시의 표기는 결혼 전 이름인 ‘아라이 유미’가 맞습니다.) 「ルージュの伝言」 은 1975년 발표된 다섯 번째 싱글이자 앨범 COBALT HOUR 에 수록된 곡으로, 밝고 경쾌한 아메리칸 팝 풍의 사운드가 특징이며 유밍의 대중적 도약을 알린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 곡이 세대를 넘어 사랑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9년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의 오프닝 주제가로 쓰이면서였습니다. 덕분에 「ルージュの伝言」 은 지금도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국민적 스탠더드로 남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1st grade〜 에서는 같은 유밍의 「やさしさに包まれたなら」 가 마녀 배달부 키키 의 엔딩곡으로 선곡됐습니다. 두 앨범에 걸쳐 같은 영화의 오프닝·엔딩을 모두 부른 셈입니다.) 아야카의 커버는 원곡의 통통 튀는 발랄함을 살리면서도 보컬의 그루브를 한층 단단하게 잡아냅니다.

3. ヒロイン (히로인)#

  • 원곡: back number / 백넘버 (2015)

백넘버는 2004년 결성되어 보컬 시미즈 이요리(清水依与吏)를 중심으로, 짝사랑과 실연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리는 록 밴드입니다. 2010년대 들어 수많은 드라마·영화 주제가를 휩쓸며 이 시대 일본 발라드를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ヒロイン」 은 2015년 발표된 열한 번째 싱글로, 겨울 연애 발라드의 산실로 유명한 JR SKISKI 스키 캠페인 CM곡으로 쓰였습니다. 이루지 못한 마음을 영화 속 주인공에 빗대어 노래하는, 백넘버 특유의 서사적이고 애틋한 팝 록 발라드입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최근 곡’에 속하는 선곡으로, 쇼와·헤이세이 명곡들 사이에서 동시대의 감성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야카의 풍부한 성량은 원곡의 담담한 호흡을 한층 폭넓은 감정선으로 부풀려냅니다.

4. Love Love Love#

  • 원곡: 平井堅 / 히라이 켄 (1998)

히라이 켄은 깊은 저음과 표현력 있는 팔세토로 R&B와 발라드를 넘나드는 일본 대표 보컬리스트입니다. 흥미롭게도 「Love Love Love」 는 1998년 일곱 번째 싱글로 발매됐을 당시에는 차트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한 곡이었습니다. 히라이 켄 본인이 훗날 “패배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회고했을 정도였지만, 이 가스펠풍 발라드는 이후 베스트 앨범과 라이브, 그리고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그의 대표 발라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발매 당시의 성적과 훗날의 위상이 극적으로 뒤바뀐, 보기 드문 ‘대기만성형’ 명곡인 셈입니다.

아야카에게 이 곡은 보컬리스트로서의 정공법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입니다. 절제된 도입부에서 후렴의 고조로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구성이, 그의 단단한 발성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5. フレンズ (프렌즈)#

  • 원곡: レベッカ / 레베카 (1985)

레베카(REBECCA)는 보컬 NOKKO를 앞세워 1980년대를 풍미한 록/팝 밴드로, 당시 국내 록 음반으로는 드물게 밀리언셀러(REBECCA IV)를 기록한 팀입니다. 「フレンズ」 는 1985년 발표된 네 번째 싱글로, NOKKO가 작사하고 도바시 아키오(土橋安騎夫)가 작곡한 밴드의 시그니처 곡이자 1980년대를 상징하는 대히트곡입니다. 드라마 ハーフポテトな俺たち 와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질주하는 1980년대 신스 록 사운드 위에 십대 소녀의 첫사랑 감정을 실은 이 곡은, 지금도 노래방과 커버 무대에서 꾸준히 불리는 스탠더드로 남아 있습니다.

원곡이 가진 80년대 특유의 반짝이는 질감을, 아야카는 과장 없이 정제된 보컬로 되살립니다. 세대를 가로질러 사랑받아 온 청춘가요를 한층 차분한 시선으로 다시 부른 트랙입니다.

6. 糸 (실)#

  • 원곡: 中島みゆき / 나카지마 미유키 (1992)

나카지마 미유키는 1970년대부터 활동해 온,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입니다. 문학적이고 무게감 있는 가사로 자신의 노래는 물론 다른 가수들에게도 수많은 명곡을 써 준 작가형 음악가입니다. 「糸」 는 본래 1992년 앨범 EAST ASIA 의 마지막 트랙으로, 어느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쓰인 곡이었습니다. 정식 싱글로 발표된 것은 6년 뒤인 1998년(양면 A싱글 命の別名/糸)이었습니다. 두 가닥의 실(사람)이 서로 엮여 천이 되어 간다는 은유를 담은 이 곡은, 수십 년에 걸쳐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결혼·인연의 노래로 자라났습니다. 다운로드 밀리언을 기록했고, 뱅크밴드, 후쿠야마 마사하루, JUJU, Aimer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수가 커버해 온 명실상부한 국민가요입니다.

선율은 더없이 단순하지만 가사가 품은 정서가 깊어, 부르는 사람의 진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입니다. 아야카의 따뜻하고 호소력 있는 보컬은 이 곡의 담백한 감동을 정직하게 전달합니다.

7. 恋人よ (그대여)#

  • 원곡: 五輪真弓 / 이츠와 마유미 (1980)

이츠와 마유미는 일본 ‘뉴 뮤직’ 세대의 베테랑 싱어송라이터로, 멜로딕하고 애상적인 발라드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아 온 가수입니다. 「恋人よ」 는 1980년 발표된 열여덟 번째 싱글이자 그의 시그니처 곡으로, 쇼와 시대를 대표하는 발라드입니다. 오리콘 주간 차트 1위(3주)와 1980년 12월 월간 차트 1위에 오르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원래는 B면 수록 예정이었다가 녹음 후 A면으로 승격된 사연이 있으며, 깊은 상실과 그리움의 정서를 절제된 선율에 담아낸 점이 오래도록 회자됩니다.

앨범에서 가장 오래된 곡(1980년)으로, 쇼와 발라드의 고전적인 격조를 담당합니다. 아야카는 원곡의 묵직한 슬픔을 무리해서 흉내 내기보다, 자신의 결대로 단정하고 깊게 풀어냅니다.

8. アポロ (아폴로)#

  • 원곡: ポルノグラフィティ / 포르노그래피티 (1999)

포르노그래피티는 1994년 결성되어 1999년 메이저 데뷔한, 강한 보컬(오카노 아키히토)과 멜로디가 풍부한 록/팝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밴드입니다. 「アポロ」 는 1999년 발표된 그들의 메이저 데뷔 싱글로, 발매 첫 주에는 차트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방송 노출과 ここがヘンだよ日本人 타이업을 타고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려 결국 오리콘 5위까지 오른 ‘슬로우 번’ 히트작입니다. 제목은 아폴로 달 착륙을 사랑의 은유로 끌어온 것으로, 밝고 추진력 있는 록 사운드가 밴드의 출발을 화려하게 알렸습니다.

데뷔곡 특유의 풋풋한 에너지가 살아 있는 곡으로, 아야카 버전에서는 원곡의 직선적인 질주감 위에 한층 둥글고 밝은 보컬 톤이 더해집니다.

9. 『バッハの旋律を夜に聴いたせいです。』 (바흐의 선율을 밤에 들은 탓입니다.)#

  • 원곡: サカナクション / 사카낙션 (2011)

사카낙션은 2005년 결성되어 리더 야마구치 이치로(山口一郎)를 중심으로 록과 일렉트로닉·댄스 뮤직을 결합한, 독창적인 편곡과 영상미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밴드입니다. 「『バッハの旋律を夜に聴いたせいです。』」 는 2011년 발표된 다섯 번째 싱글로, 첫 후렴은 댄스 뮤직의 질감으로, 두 번째 후렴은 밴드 록 사운드로 전환되는 독특한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東進(토신) 전국 모의고사 CM곡으로 쓰였고, 이후 앨범 DocumentaLy 에도 수록되며 밴드의 대중적 인지도를 넓힌 곡으로 평가받습니다.

긴 제목과 실험적인 구성 탓에 커버하기 까다로운 곡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아야카가 어떤 해석을 내놓는지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모험적인 선곡이라 할 만합니다.

10. 明日晴れるかな (내일은 맑으려나)#

  • 원곡: 桑田佳祐 / 쿠와타 케이스케 (2007)

쿠와타 케이스케는 국민 밴드 서던 올 스타즈의 프런트맨이자, 밴드 활동과 별개로 수십 년에 걸친 솔로 커리어를 이어 온 일본 대중음악의 거장입니다. 「明日晴れるかな」 는 2007년 발표된 아홉 번째 솔로 싱글로, 쿠와타가 작사·작곡하고 시마 켄(島健)과 함께 편곡했습니다. 후지TV의 인기 ‘게츠쿠(月9)’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プロポーズ大作戦) 의 엔딩 주제가로 쓰여 큰 사랑을 받았고, 드라마 주제가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따뜻하고 희망적이면서도 어딘가 노스탤지어가 깃든 발라드로, 쿠와타의 후기 솔로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으로, “내일은 맑으려나"라는 제목처럼 따뜻한 기대감으로 막을 내립니다. 아야카의 보컬은 원곡이 가진 위로의 정서를 한층 맑게 정돈하며 앨범을 갈무리합니다.


총평 — 한 학년 더 깊어진 음악 수업#

〜2nd grade〜 는 전작의 콘셉트를 그대로 이으면서도, 선곡의 시간 폭과 장르 폭을 한층 넓힌 앨범입니다. 1980년 이츠와 마유미에서 2015년 백넘버까지 35년을 가로지르고, 풍자적 록(미스터 칠드런)부터 일렉트로닉 록(사카낙션), 국민 발라드(나카지마 미유키·쿠와타 케이스케)까지 결이 다양해서, 한 장을 끝까지 듣고 나면 일본 대중음악의 또 다른 단면을 훑은 기분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묘미는 수록곡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입니다. 발매 당시엔 외면받았다가 훗날 명곡이 된 「Love Love Love」, 앨범 수록곡에서 출발해 국민가요로 자라난 「糸」, 차트 하위권에서 시작해 역주행한 데뷔곡 「アポロ」처럼, 곡마다 다른 출신과 운명을 품고 있습니다. 아야카는 이 곡들을 압도하려 하기보다, 각 곡의 결을 존중하며 자신의 목소리로 정중하게 다시 부릅니다.

전작 〜1st grade〜 가 가수의 뿌리를 보여준 자기소개서였다면, 〜2nd grade〜 는 한 학년 진급한 학생이 더 넓은 음악의 세계를 탐색한 두 번째 수업입니다. 두 앨범을 나란히 들으면, 좋은 목소리를 가진 한 사람의 안내로 일본 대중음악 교과서를 두 권 연달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References#

  • 絢香 official web site. 遊音倶楽部 〜2nd grade〜 — DISCOGRAPHY. https://room-ayaka.jp/discography/detail.php?id=1017545
  • ウィキペディア(일본어). 遊音倶楽部 〜2nd grade〜. https://ja.wikipedia.org/wiki/遊音倶楽部_〜2nd_grade〜
  • Apple Music Japan. 遊音倶楽部 〜2nd grade〜 - 絢香.
  • 各 원곡 관련 일본어 위키백과 (everybody goes / ルージュの伝言 / ヒロイン / Love Love Love / フレンズ / 命の別名・糸 / 恋人よ / アポロ / バッハの旋律… / 明日晴れるか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