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4.8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이 패가 단풍이야, 단풍.”

영화 〈타짜〉의 명대사를 빌려왔지만, 오늘 다룰 게임은 화투가 아닙니다. 트럼프 카드 한 벌이면 충분한, 그런데도 의외로 정식 룰을 아는 사람이 드문 게임. 바로 훌라(Hula) 입니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한쪽에서 “훌라 한 판?” 소리가 나오는데, 막상 끼려고 하면 “넌 룰 모르니까 옆에서 보고 있어” 라는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이 글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훌라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분도 이 글 두 편만 읽으면 다음 명절엔 당당히 패를 받을 수 있도록, Part 1에서는 유래와 규칙을, Part 2에서는 전투훌라 전략을 다루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양해를 구합니다. 훌라는 공식 룰북이 존재하지 않는 구전(口傳) 게임입니다. 동네마다, 집안마다, 온라인 게임사마다 세부 규칙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이 글은 가장 널리 통용되는 표준 룰을 기준으로 삼되, 갈리는 지점은 그때그때 짚어드리겠습니다. 실제로 판을 벌이기 전엔 “우리 집 룰” 을 먼저 합의하는 게 국룰입니다.


훌라가 대체 뭐길래#

훌라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러미(Rummy) 계열 카드게임입니다. 러미 계열이란, 손에 든 카드로 같은 숫자 묶음이나 연속된 숫자 묶음을 만들어 손패를 비워 나가는 게임들을 통칭합니다. 보드게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루미큐브(Rummikub)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훌라는 그 루미큐브를 트럼프 카드로, 그리고 좀 더 매콤하게 즐기는 사촌 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이티, 원카드와 더불어 한국에서 자생한 대표적인 트럼프 카드게임 중 하나로 꼽힙니다. 도구라곤 카드 한 벌이 전부인데, 한 판 해보면 머리를 꽤 써야 하는 게임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이름의 유래: 마작에서 왔다는 설#

“훌라” 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설은 마작 용어 ‘화료(和了)’ 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화료는 중국어로 ‘훌러(húle)’ 정도로 읽히는데, 마작에서 손패를 완성해 “났다(승리했다)” 는 뜻입니다. 발음의 유사성, 그리고 “조합을 완성해 손패를 비운다” 는 게임 구조의 닮은꼴이 이 어원설의 근거입니다.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건 확정된 정설이 아니라 유력한 추정입니다. 나무위키조차 “추정된다” 라고 표기하고 있고, 훌라가 한국에 언제 어떻게 정착했는지에 대한 믿을 만한 1차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훌라 = 마작 화료설” 정도로만 기억해 두시고, 누가 “훌라 어원이 뭔지 알아?” 라고 물으면 “마작 화료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더라” 하고 아는 척… 아니, 자신 있게 말씀하시면 되겠습니다.


홀덤이랑 뭐가 다른데?#

요즘은 텍사스 홀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카드게임 = 포커” 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훌라와 홀덤은 장르 자체가 다른 게임입니다. 같은 트럼프 카드를 쓴다는 것만 빼면 거의 공통점이 없습니다.

비교 항목 훌라 (러미 계열) 텍사스 홀덤 (포커)
게임 목적 손패를 조합으로 비우고 남은 점수를 최소화 5장 포커 핸드 서열로 칩(팟)을 획득
핵심 메커니즘 가져오기 → 등록 → 버리기 반복 (셰딩 게임) 라운드별 베팅 (콜·레이즈·폴드)
베팅 원칙적으로 베팅 라운드가 없음. 판마다 점수 정산 베팅이 게임의 전부
블러프 거의 없음 (베팅 구조가 없으니까) 전략의 핵심 축
정보 공개 등록된 조합·버린 카드는 공개, 손패는 비밀 커뮤니티 카드는 공개, 홀카드는 비밀
읽어야 할 것 “상대가 무엇을 모으는가” “상대 핸드가 얼마나 센가”

한 줄로 요약하면, 홀덤은 “심리전과 베팅의 게임” 이고 훌라는 “조합을 빨리 완성하고 손실을 줄이는 게임” 입니다. 홀덤에서 “쫄리면 뒈지시던가” 식의 블러프로 상대를 찍어 누른다면, 훌라에선 그런 허세가 통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버려진 카드를 세고, 상대가 뭘 모으는지 추론하는 계산의 게임에 가깝습니다.


기본 규칙#

이제 본론입니다. 훌라의 한 판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준비물과 시작#

  • 카드: 표준 트럼프 52장. 조커는 넣어도 되고 빼도 됩니다 (보통 0~2장). 이 글에서는 일단 조커 없는 기본형으로 설명하고, 조커 규칙은 따로 떼어 다루겠습니다.
  • 인원: 보통 2~5명.
  • 나눠 갖는 패: 각자 7장. 단, 가장 먼저 시작하는 사람(선)은 8장을 받고 첫 턴에 1장을 버리며 게임을 엽니다.

카드를 나눠 준 뒤 남은 카드는 가운데에 더미(stock) 로 쌓아 둡니다. 그리고 더미 맨 위 1장을 뒤집어 옆에 놓으면, 그게 버림패(discard) 더미의 시작이 됩니다.

2. 등록 — 이 게임의 심장#

등록(meld) 이란 손에 든 카드로 유효한 조합을 만들어 바닥에 공개하는 것입니다. 등록할 수 있는 조합은 세 가지입니다.

  1. 세트(Set) — 같은 숫자 카드 3장. 트리플이라고도 부릅니다.
    • 예: 9♠ 9♥ 9♣
  2. 런(Run) — 같은 무늬로 숫자가 이어지는 카드 3장. 스트레이트라고도 부릅니다.
    • 예: 10♠ J♠ Q♠
    • 중요한 특징: 훌라의 런은 순환(wrap) 합니다. 즉 AK 뒤에도, 2 앞에도 붙어서 Q-K-A, A-2-3 둘 다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러미와 다른 훌라 특유의 룰이니 기억해 두세요.
  3. 「7」 단독 등록 — 훌라의 시그니처 규칙. 숫자 7은 단 1장만으로도 등록할 수 있습니다.
    • 예: 손에 7♥ 한 장만 있어도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세트와 런이 “3장이 모여야” 등록되는 것과 달리, 7만큼은 혼자서도 등록되는 특권 카드입니다. 이 7의 존재가 훌라 전략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데, 자세한 건 Part 2에서 다루겠습니다.

3. 붙이기#

한 번 등록을 한 뒤부터는, 바닥에 깔린 조합에 손에 든 카드를 한 장씩 이어 붙일 수 있습니다. 이를 붙이기라고 합니다. 여기엔 통 큰 규칙이 하나 있는데, 남이 등록한 조합에도 붙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세트에 붙이기: 바닥에 3♥ 3♦ 3♣가 있으면, 손의 3♠를 붙여 3♠ 3♥ 3♦ 3♣로 만들 수 있습니다.
  • 런에 붙이기: 바닥에 8♣ 9♣ 10♣가 있으면, 양 끝보다 한 단계 높거나 낮은 J♣(또는 7♣)를 붙일 수 있습니다.
  • 7에 붙이기: 바닥에 7♦ 한 장이 등록돼 있으면, 손의 6♦를 붙여 6♦ 7♦ 런의 씨앗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붙이기는 손패를 한 장씩 덜어내는 좋은 수단입니다. 단, 내가 한 번도 등록을 안 한 상태에선 붙이기를 할 수 없다는 점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4. 한 턴의 흐름#

차례가 오면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1. 가져오기 — 더미에서 카드 1장을 뽑습니다. (또는 아래 ‘땡큐’로 버림패를 가져옵니다.)
  2. 등록 / 붙이기 — 가능하면 새 조합을 등록하거나, 깔린 조합에 붙입니다. (선택)
  3. 버리기 — 손에서 1장을 골라 버림패 위에 내려놓고 턴을 끝냅니다.

이걸 시계방향으로 돌립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무엇을 등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가 매 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듭니다.

5. 땡큐 — 버린 카드 가로채기#

누군가 버린 카드가 마침 내 조합을 완성시켜 준다면?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땡큐!” 를 외치고 그 버려진 카드를 가져와 즉시 등록에 쓸 수 있습니다. 이걸 땡큐라고 합니다.

상대가 무심코 버린 A♦ 한 장으로 내가 A♥ A♦ A♣ 세트를 완성하며 게임을 끝내버리는 장면 — 이게 훌라의 백미입니다. 버린 사람 입장에선 “동작 그만!” 을 외치고 싶겠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래서 훌라에선 무엇을 버리느냐가 무엇을 가지느냐만큼이나 중요합니다.

6. 게임 종료와 점수#

손패를 모두 털어낸 사람이 그 판의 승자이고, 동시에 게임이 끝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손에 남은 카드를 공개해 점수를 매기는데, 점수의 합이 낮을수록 높은 순위를 받습니다. 카드별 점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카드 점수
A 1점
2 ~ 10 숫자 그대로
J 11점
Q 12점
K 13점

즉 손에 그림 카드(J/Q/K)를 잔뜩 들고 지면 점수 폭탄을 맞습니다. 그래서 “질 것 같으면 큰 카드부터 버려라” 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특수 종료 — 훌라, 스톱, 족보#

게임을 끝내는 방법은 손패를 차근차근 비우는 것 말고도 몇 가지 화려한 길이 있습니다.

  • 훌라(한 방) — 단 한 번도 등록하지 않고 있다가, 한 턴에 손패를 통째로 털어내는 것. 그동안 패를 숨기고 있다가 한 방에 터뜨리는 셈이라, 정산 시 배수 보너스가 붙습니다. 〈타짜〉식으로 말하면 “묻고 더블로 가” 의 순간입니다.
  • 스톱 — 카드를 가져오지 않은 상태에서 “스톱!” 을 외치며 판을 중단시키는 것. 내 손패 점수 합이 충분히 낮다고 확신할 때 거는 선언입니다. 다만 나보다 점수가 같거나 낮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스톱을 부른 사람이 거꾸로 패배(독박)하니, 함부로 쓰면 자기 발등을 찍습니다.
  • 족보 — 스톱 중에서도 “무조건 승리” 가 보장되는 특수 패. 대표적으로 세븐 포카드(7을 4장 다 모음), 로우(미등록 상태에서 점수 합이 낮음), 하이(미등록 상태에서 점수 합이 아주 높음)가 있습니다. 단 첫 턴엔 족보 스톱을 걸 수 없습니다.

여기서 로우와 하이의 기준 점수가 게임사마다 갈립니다. 나무위키 기준 하이는 80점 이상, 피망은 83점, 윈조이는 85점입니다. “우리 룰은 몇 점?” 을 미리 합의해야 하는 대표적인 지점입니다.

정산 배수#

승자는 나머지 사람들에게서 점수를 받습니다. 보통 2등이 낼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가 내려갈수록 2배씩 불어나는 방식을 씁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배수 보너스/벌칙이 곱해집니다.

  • 훌라로 이기면 ×4
  • 로우 / 하이로 이기면 ×4
  • 세븐 포카드로 이기면 ×8
  • 미등록박(한 번도 등록 못 하고 패배) — 최하위 배정 + ×2
  • 세븐박(7을 손에 든 채 패배) — 7 한 장당 ×2

요컨대 7과 그림 카드는 “들고 있다가 지면 손해가 곱절” 인 위험 카드입니다. 이 배수 구조를 이해하는 게 곧 훌라의 손익 계산입니다.


전투훌라: 가장 흔한 변형#

여기까지가 훌라의 기본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건, 그리고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사가 채택한 건 전투훌라라는 변형입니다. 이름이 살벌해서 무슨 카드로 상대를 공격하는 룰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투훌라의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일반 훌라에선 보통 자기 차례에, 바로 앞 사람이 버린 카드만 땡큐할 수 있습니다. 전투훌라에선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누가 버렸든 상관없이 그 카드로 등록이 가능하면 즉시 땡큐를 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투” 입니다. 누군가 카드를 버리는 순간, 테이블의 모두가 매의 눈으로 그 카드를 노립니다. 두 명 이상이 동시에 땡큐를 외칠 수 있으면 먼저 외친 사람이 가져갑니다. 버림패 한 장을 두고 벌어지는 순발력 싸움 — 이 카드 쟁탈전이 전투훌라의 긴장감이자 재미입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내 차례 직전에 남들이 연달아 땡큐로 차례를 가로채면, 정작 나는 등록 기회를 못 잡고 끙끙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전투훌라는 일반 훌라보다 버릴 카드를 훨씬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게임 템포도 더 빠릅니다.

참고로 “먼저 외친 사람” 을 정하는 방식에도 변종이 있습니다. 카드를 버린 사람과 가까운 자리에 우선권을 주거나, 할리갈리처럼 버림패를 손으로 먼저 치는 사람이 가져가는 룰도 있습니다. 역시 합의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조커를 넣는다면#

조커를 넣어 플레이하기도 합니다. 조커는 어떤 숫자·무늬든 대신할 수 있는 만능 카드로, 조합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씁니다.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게임이 끝날 때 조커를 손에 들고 있으면 무거운 페널티가 따르는데, 점수를 무겁게 매기거나(14점), 정산액을 배로 불리거나, 아예 무조건 꼴찌로 처리하는 식입니다. 이 역시 룰마다 달라서, 조커를 넣을 거면 페널티 방식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또 조커로 “7 단독 등록” 을 대신하는 건 보통 금지입니다.


Part 1을 마치며#

여기까지가 훌라의 유래와 규칙, 그리고 전투훌라의 핵심이었습니다. 정리하면:

  • 훌라는 한국에서 자생한 러미 계열 카드게임으로, 이름은 마작 ‘화료(和了)’ 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 세트·런·7 단독 등록으로 손패를 비우고, 땡큐로 남의 버린 카드를 가로챌 수 있습니다.
  • 훌라·스톱·족보라는 화려한 종료 방법과, 그에 따른 배수 정산이 손익을 좌우합니다.
  • 가장 널리 쓰이는 전투훌라는 “차례에 상관없는 땡큐 쟁탈전” 이 핵심입니다.

규칙을 알았으니 이제 이길 차례입니다. 〈타짜〉의 평경장이 그랬듯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 걸지 마라” — 그 확실함을 키우는 법, 즉 전투훌라 실전 전략은 Part 2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