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4.8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감수: 야구왕이포터 님


Part 1에서 우승의 배경과 아르테타의 진화를, Part 2에서 Best 11과 핵심 선수들을 다뤘습니다. 마지막 Part 3에서는 시계를 22년 전으로 돌립니다. 아스날이 마지막으로 리그 정상에 섰던 그 시즌, 2003-04 무패의 군단(The Invincibles) 과 2025-26 우승 스쿼드를 정면으로 비교합니다.

먼저 두 팀의 전술 철학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 뒤, 포지션별로 1대1 맞대결을 펼쳐 보겠습니다.


두 챔피언, 두 시대#

구분 2003-04 (무패의 군단) 2025-26
감독 아르센 벵거 미켈 아르테타
성적 38전 26승 12무 0패 38전 25승 7무 5패 (한 경기 남기고 확정)
포메이션 4-4-2 (벤캄프 처지면 4-2-3-1) 4-2-3-1 기반 (공격 시 3-2-5)
최다 득점 티에리 앙리 39골 빅토르 요케레스 21골(전 대회)
정체성 역습·개인 기량·수직성 점유·구조·세트피스
유럽 대항전 챔피언스리그 8강 챔피언스리그 결승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무패’입니다. 2003-04 아스날은 리그 38경기를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2025-26 아스날은 5패를 안았지만, 대신 무패의 군단이 끝내 닿지 못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습니다. 두 팀의 위대함은 서로 다른 무대에서 빛납니다.


전술적 차이: 수직의 4-4-2 vs 구조의 4-2-3-1#

무패의 군단 — 폭발하는 역습#

벵거의 2003-04 아스날은 4-4-2 를 기본으로 한 팀이었습니다. 핵심 철학은 ‘수직성’과 ‘전환’입니다.

  • 견고한 두 줄(투 뱅크 오브 포) 수비에서 공을 빼앗는 순간, 앙리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향해 단숨에 전진했습니다.
  • 비에이라-질베르투의 중원 엔진이 균형을 잡고, 풀백 애슐리 콜과 로랑이 측면을 오버랩으로 폭격했습니다.
  • 베르캄프가 9.5번 위치로 내려오면 4-2-3-1 형태로 변형되며 창조성을 더했습니다.

한마디로 개인의 천재성과 직선적인 속도로 상대를 찢는 팀이었습니다.

2025-26 — 통제하는 점유#

아르테타의 2025-26 아스날은 4-2-3-1 기반의, 훨씬 더 ‘구조적인’ 팀입니다.

  • 후방에서부터 점유로 빌드업하되, 공을 잡으면 수비멘디가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백 3을 만들고 양 풀백을 높이 끌어올려 프론트 5를 형성하는 3-2-5 대형으로 변신합니다.
  • 수비멘디-라이스의 더블 피벗이 중심을 잡고, 외데고르가 창조를 책임집니다.
  • 공을 잃으면 즉각 강하게 압박(게겐프레싱)해 높은 위치에서 회수합니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트피스라는 정교한 무기를 갖췄습니다(코너에서만 리그 신기록 18골).

무패의 군단이 ‘전환의 팀’이라면, 2025-26은 ‘통제의 팀’입니다. 전자가 상대의 실수를 속도로 응징했다면, 후자는 상대를 자기 진영에 가두고 구조적으로 질식시킵니다. 같은 클럽이지만 축구 철학은 22년 사이 정반대에 가깝게 이동했습니다.


포지션별 1대1 비교#

포메이션이 다르기 때문에(4-4-2 vs 4-2-3-1) 완벽한 1대1 대응은 불가능합니다. 역할의 성격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짝을 지어 비교합니다.

GK: 옌스 레만 vs 다비드 라야#

레만은 무패 시즌 전 경기를 소화한 카리스마와 위압감의 골키퍼였습니다. 선방 능력과 승부욕은 최고였지만, 발밑 빌드업은 현대적 기준에선 제한적이었습니다. 라야는 정반대 시대의 산물입니다. 리그 선방률 1위(83.3%)의 수비력에 더해, 정확한 배급으로 빌드업의 출발점 역할까지 합니다. 순수 수문장은 레만, 현대적 완성도는 라야의 손을 들어줄 만합니다.

RB: 로랑 vs 유리엔 팀버 / 벤 화이트#

로랑은 카메룬 출신의 강인한 풀백으로, 공수 양면에서 안정감과 오버랩을 제공했습니다. 팀버·화이트는 인버티드 풀백 시대의 멀티 자원으로, 안으로 좁혀 중원을 돕는 전술 이해도가 핵심입니다. 단순 측면 공격력은 로랑의 오버랩이, 전술적 다재다능함은 팀버·화이트가 앞섭니다.

CB: 솔 캠벨 vs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흥미로울 만큼 닮은 두 선수입니다. 둘 다 강력한 피지컬과 공중 장악, 박스 안 1차 저지선을 책임지는 ‘파워형 리더’ 센터백입니다. 캠벨이 무패 군단 수비의 기둥이었듯, 가브리에우는 2025-26 수비의 기둥이자 세트피스 공격의 핵입니다. 시대를 건너뛴 가장 자연스러운 짝입니다.

CB: 콜로 투레 vs 윌리엄 살리바#

이 역시 절묘한 대응입니다. 투레는 압도적인 스피드로 뒷공간을 커버하던 ‘속도형’ 센터백이었고, 살리바는 그 계보를 잇는 현대적 완성형입니다. 다만 살리바는 빌드업 능력에서 한 단계 위로 평가받습니다. 파워(캠벨/가브리에우)와 속도(투레/살리바)의 조합이라는 설계가 22년을 사이에 두고 똑같이 반복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LB: 애슐리 콜 vs 리카르도 칼라피오리#

애슐리 콜은 당대 세계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폭발적인 오버랩과 일대일 수비를 겸비했습니다. 이 포지션만큼은 무패의 군단이 우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칼라피오리는 중원으로 전진해 추가 미드필더처럼 기능하는 ‘전술적 풀백’으로 다른 종류의 가치를 제공하지만, 순수 풀백으로서의 완성도에선 콜의 전설적 위상에 견주기 어렵습니다.

CM(엔진): 파트리크 비에이라 vs 데클란 라이스#

이번 비교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비에이라는 무패 군단의 주장이자 심장 — 압도적인 신체 능력, 박스 투 박스 활동량, 그리고 승부처를 지배하는 카리스마의 상징이었습니다. 라이스는 21세기판 비에이라에 가장 가까운 선수입니다. 광활한 커버 범위(시즌 351km 주행), 공수 양면의 영향력, 그리고 세트피스라는 추가 무기까지. 비에이라가 ‘지배하는 리더’였다면, 라이스는 ‘전 구간을 메우는 엔진’입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시대 최고의 미드필더 맞대결입니다.

CM(밸런서): 질베르투 시우바 vs 마르틴 수비멘디#

질베르투는 ‘보이지 않는 벽(The Invisible Wall)‘으로 불리며 비에이라가 전진할 공간을 묵묵히 메운 균형추였습니다. 수비멘디의 역할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중원 맨 밑에서 침착하게 공을 간수하고 라이스를 해방시키는 앵커. 화려하지 않지만 팀의 균형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두 선수는 시대를 넘어 같은 DNA를 공유합니다.

창조형(No.10): 데니스 베르캄프 vs 마르틴 외데고르#

베르캄프는 축구 역사상 가장 우아한 플레이메이커 중 하나로, 한 번의 터치로 경기를 바꾸는 예술가였습니다. 외데고르는 주장이자 좁은 공간 탈압박과 키패스로 공격을 조율하는 두뇌입니다. 순수한 천재성·임팩트는 베르캄프, 시스템 안에서의 꾸준한 조율과 리더십은 외데고르 — 역할은 같되 색깔이 다릅니다.

측면(우): 프레디 융베리 vs 부카요 사카#

융베리는 측면에서 박스로 침투해 골을 만들어내는 ‘득점하는 윙어’였습니다. 사카는 그 계보의 현대적 정점입니다. 드리블·크로스·득점·세트피스(왼발 코너 6골 관여)까지 겸비한 데다, 아카데미 출신 탈리스만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집니다. 꾸준함과 전술적 비중에서 사카가 한 발 앞선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측면(좌): 로베르 피레스 vs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

피레스는 무패 시즌 19골을 넣은, 왼쪽의 또 다른 득점 기계였습니다. 마르티넬리는 속도와 직선적 침투가 강점인 현대형 윙어입니다. 골 생산력과 마무리의 우아함에선 피레스가, 순수 스피드와 압박 가담에선 마르티넬리가 앞섭니다. 같은 측면이지만 무기의 종류가 다릅니다.

최전방: 티에리 앙리 vs 빅토르 요케레스#

마지막은 가장 무거운 비교입니다. 앙리는 무패 시즌 39골을 넣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손꼽히는 공격수이자 클럽의 영원한 상징입니다. 속도·기술·결정력·창조성을 모두 갖춘 그는 사실상 비교 대상이 없습니다. 요케레스는 데뷔 시즌 21골로 아스날의 오랜 9번 갈증을 단번에 해소한 직선적 파괴자이지만, 앙리가 쌓은 전설의 무게에 견주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포지션만큼은 무패의 군단이 명백히 우위입니다.

한눈에 보기#

포지션 2003-04 2025-26 우세(주관적)
GK 옌스 레만 다비드 라야 라야 (현대적 완성도)
RB 로랑 팀버 / 화이트 박빙
CB 솔 캠벨 가브리에우 박빙
CB 콜로 투레 윌리엄 살리바 살리바
LB 애슐리 콜 칼라피오리
CM(엔진) 파트리크 비에이라 데클란 라이스 박빙(최고 맞대결)
CM(밸런서) 질베르투 시우바 마르틴 수비멘디 박빙
No.10 데니스 베르캄프 마르틴 외데고르 베르캄프(임팩트)
우측 프레디 융베리 부카요 사카 사카
좌측 로베르 피레스 마르티넬리 피레스
ST 티에리 앙리 빅토르 요케레스 앙리(압도)

그래서, 누가 더 강한가?#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비교 자체가 두 팀 모두에게 헌사입니다.

무패의 군단은 개인 기량의 정점들이 모인 팀이었습니다. 앙리·베르캄프·비에이라·앙리로 이어지는 월드클래스의 밀도, 그리고 한 시즌을 통째로 무패로 마친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은 영원히 깨지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다만 스쿼드의 두께는 얇았고, 유럽 무대에서는 끝내 정상에 닿지 못했습니다.

2025-26 아스날은 시스템과 뎁스의 팀입니다. 한 명의 천재에 기대기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와 두꺼운 스쿼드, 데이터 기반 영입, 세트피스 특화로 우승을 ‘재현 가능한 결과’로 만들었습니다. 5패를 안았지만, 무패의 군단이 닿지 못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올라 — 이 글을 쓰는 지금 — 유럽 정상을 다투고 있습니다.

22년의 거리는 결국 ‘천재성의 시대’에서 ‘시스템의 시대’로의 이동이었습니다. 벵거가 개인의 예술로 무패를 빚었다면, 아르테타는 집단의 구조로 우승을 설계했습니다. 둘 중 무엇이 더 위대한지는 각자의 마음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2025-26 아스날이 마침내 무패의 군단과 같은 문장 안에서 거론될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밤 부다페스트의 결과가 어떻든, 이 시즌은 이미 아스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22년의 기다림은, 끝났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