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4.8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Part 1에서는 오버워치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따라가 봤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우여곡절의 한가운데에는, 다른 어떤 FPS와도 구별되는 오버워치만의 독특한 게임 방식 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버워치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FPS인데 에임만으로는 이길 수가 없네?” 맞습니다. 오버워치는 총을 쏘는 게임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영웅 슈터(Hero Shooter) 라는 별도의 장르에 속합니다. 이번 2부에서는 영웅 슈터가 정확히 무엇인지, 오버워치가 카운터스트라이크나 콜 오브 듀티 같은 전통 FPS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게임의 핵심인 탱커·딜러·힐러 세 역할군이 각각 어떤 매력과 고충을 지니는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영웅 슈터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FPS에서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비슷한 무기를 들고 같은 출발선에서 싸웁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의 모든 플레이어는 같은 AK-47을 살 수 있고,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조준 실력(에임)과 포지셔닝 입니다.

영웅 슈터는 다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전 고유한 무기와 능력, 그리고 궁극기(Ultimate)를 가진 영웅 을 골라야 합니다. 라인하르트는 거대한 방벽을 세우고 망치를 휘두르고, 트레이서는 시간을 되감으며 순간이동을 하고, 메르시는 동료를 부활시킵니다. 누구를 고르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이 장르의 원류는 밸브의 팀 포트리스 2(2007) 입니다. 클래스 기반 슈터에 뚜렷한 캐릭터성을 입힌 이 게임이 영웅 슈터의 원형을 만들었다면, 그 틀을 다듬어 장르를 대중화한 것은 오버워치(2016) 였습니다. 이후 팔라딘즈, 발로란트(택티컬 FPS 요소를 결합), 그리고 2024년의 마블 라이벌즈(3인칭)까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수많은 게임이 이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다른 FPS와의 결정적 차이#

오버워치가 전통 FPS와 갈라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에임만큼이나 중요한 “조합”#

오버워치에도 에임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의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입니다. PC Gamer는 오버워치 계열 게임을 두고 “발로란트나 CS만큼 총격(gunplay)이 타이트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선택지가 훨씬 많다"고 비교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에임이 좋아도 팀 조합이 무너지면 이기기 어렵고, 반대로 영리한 조합과 운영으로 개인기의 열세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2. 카운터픽 — 영웅을 갈아타는 전투#

오버워치에서는 경기 도중에도 영웅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상대가 하늘을 나는 파라를 꺼내면 우리 팀은 즉시 히트스캔 영웅으로 갈아타 대응하고, 상대가 다이브 조합을 짜면 이를 받아치는 영웅을 고릅니다. 이 “카운터스왑(counter-swap)” 은 오버워치 전술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특히 솔로 탱커는 상대의 카운터픽에 가장 취약해, 블리자드가 스왑에 제약을 두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실험할 정도였습니다.

3. 궁극기 운영#

각 영웅은 전투를 통해 궁극기를 충전합니다. 궁극기는 판세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이라, “언제, 누구의 궁을, 어떤 순서로 쓰느냐"가 한타(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여러 궁극기를 한 번에 터뜨리는 “궁 조합” 은 오버워치 고수 플레이의 정수입니다.

4. 조합 아키타입과 가위바위보 상성#

오버워치의 팀 조합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이들 사이에는 일종의 상성 관계가 존재합니다.

  • 다이브(Dive): 기동성 높은 영웅으로 적 후방을 급습 (윈스턴·D.Va·겐지·트레이서)
  • 브롤(Brawl): 한데 뭉쳐 근접 난전을 강요 (라인하르트·브리기테 중심)
  • 포크(Poke): 긴 사거리로 안전하게 견제 (시그마·한조·바스티온)
  • 지속(Sustain): 강한 힐과 버티기로 소모전 유도

커뮤니티에서 흔히 정리하는 상성은 “다이브는 포크를 잡고, 브롤은 다이브를 잡고, 포크는 브롤을 잡는다"는 가위바위보 구도입니다. 어떤 조합을 짜고 어떻게 상대 조합을 받아치느냐가 곧 전략 게임이 됩니다.


게임 모드 — 무엇을 두고 싸우는가#

오버워치의 대전은 다양한 목표를 두고 벌어집니다. 주요 모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드 한글 명칭 방식
Control 쟁탈 하나의 거점을 두고 점령률 100%를 먼저 채우는 쪽이 승리. 3판 2선승제
Escort 호위 공격팀이 화물(Payload)을 목적지까지 밀고, 수비팀은 시간 종료까지 저지
Hybrid 혼합 거점 점령으로 시작해 점령 성공 시 화물 호위로 전환
Push 밀기 맵 중앙의 로봇이 점령한 팀 쪽으로 장애물을 밀어붙이는 대칭형 줄다리기
Flashpoint 거점 점령 맵에 흩어진 5개 거점 중 3개를 먼저 점령하면 승리 (시즌 6 도입)
Clash 클래시 일렬로 배치된 5개 거점을 두고 벌이는 대칭형 점령전 (시즌 12 도입)

전통 FPS의 데스매치나 폭탄 설치와 비교하면, 오버워치의 목표는 대부분 “특정 공간을 점령하고 유지하는 것” 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적을 많이 죽이는 것보다, 거점 위에서 한타를 이기고 공간을 장악하는 팀워크가 훨씬 중요합니다.


팀 구성 — 1탱 2딜 2힐#

Part 1에서 언급했듯, 오버워치 2는 기존 6대6에서 5대5 로 전환했습니다. 현재 역할 고정(Role Queue) 기준 한 팀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탱커(Tank) 1명
  • 딜러(Damage/DPS) 2명
  • 힐러(Support) 2명

매칭 전에 자신이 맡을 역할을 선택하는 역할 고정 시스템 덕분에, “전원이 딜러만 골라서 게임이 터지는” 사태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역할 제한이 없는 “오픈 큐” 모드도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제 이 세 역할군을 하나씩 비교해 보겠습니다.


세 역할군 한눈에 비교#

항목 탱커(Tank) 딜러(Damage) 힐러(Support)
인원 (5대5) 1명 2명 2명
핵심 역할 공간 창출, 어그로/피해 흡수, 전선 형성 적 처치, 압박 유지, 핵심 타깃 제거 힐·유틸리티로 아군 생존 보장
대표 영웅 라인하르트, D.Va, 윈스턴, 자리야, 오리사 트레이서, 겐지, 위도우메이커, 솔저76, 캐서디 메르시, 아나, 루시우, 키리코, 모이라
멘탈 부담 매우 높음 (한타의 시발점) 중~상 (에임+게임센스) 높음 (멀티태스킹)
큐 대기시간 짧음 김 (가장 인기) 짧음

탱커 — 외로운 최전선의 지휘관#

5대5 전환으로 가장 극적으로 바뀐 역할이 바로 탱커입니다. 과거 두 명이 나눠 지던 짐을 이제 혼자 짊어지는 솔로 탱커 체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탱커는 팀 포지셔닝의 닻이자 1차 방어선입니다. 공간을 만들고, 후방의 약한 동료를 지키고(peel), 무엇보다 “어디서 싸울지"를 결정합니다. 한타는 보통 상대 탱커를 먼저 끊는 쪽이 이기는 경우가 많아, 탱커가 무너지면 팀 전체가 무너집니다. Dot Esports는 솔로 탱킹을 두고 “수년간 게임에서 느낀 것 중 가장 큰 압박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입문: 라인하르트, 오리사 — 직관적인 방벽과 전선 형성
  • 중급: 윈스턴, 자리야 — 다이브와 자원 관리
  • 고숙련: 레킹볼, 둠피스트, 로드호그 — 독립적·공격적 운영

탱커는 종종 팀의 전투 지휘(샷콜)까지 맡으면서 동시에 적의 집중 공격을 받고, 상대의 카운터스왑 압박까지 견뎌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멘탈 부담이 가장 큰 역할 로 탱커를 꼽습니다.


딜러 — 화려함과 책임의 자리#

딜러(DPS)는 적을 처치해 압박을 만들고 핵심 타깃을 제거하는 역할입니다. 가장 인기가 많아 큐 대기시간이 길지만, 그만큼 “팀을 캐리한다"는 기대와 책임이 따릅니다. 딜러는 크게 두 축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히트스캔 vs 프로젝타일#

  • 히트스캔(Hitscan): 조준한 지점에 즉시 명중. 탄속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솔저76, 캐서디, 애쉬, 위도우메이커)
  • 프로젝타일(Projectile): 발사체에 속도가 있어, 적의 이동을 예측해 미리 조준해야 합니다. (한조, 겐지, 정크랫, 파라)

플랭커 vs 포커#

  • 플랭커(Flanker): 기동성으로 적 측후방에 침투해 약한 타깃(주로 힐러)을 순식간에 제거하고 빠져나옵니다. (트레이서, 겐지, 리퍼)
  • 포커/샤프슈터(Poke): 전선 뒤에서 긴 사거리와 헤드샷으로 적을 견제하며 각을 유지합니다. (위도우메이커, 애쉬, 한조)

딜러는 가장 화려한 플레이가 나오는 역할이지만, 그만큼 에임과 게임 센스, 그리고 “언제 들어가고 언제 빠질지"의 판단력이 모두 요구됩니다.


힐러 — 가장 저평가된 핵심#

서포트(힐러)는 아군을 살리고 유틸리티로 전투를 뒷받침하는 역할입니다. 흔히 “조용한 핵심"이라 불립니다. 힐러가 무너지면 아무리 강한 딜러도 버티지 못하지만, 정작 잘했을 때는 티가 잘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인힐 vs 플렉스 서포트#

  • 메인힐: 꾸준한 고출력 힐로 팀을 지탱합니다. (메르시, 루시우, 브리기테)
  • 플렉스(서브힐): 힐은 다소 낮아도 피해·군중 제어·이동기·생존기 같은 유틸리티를 제공합니다. (아나, 바티스트, 키리코, 모이라, 젠야타)

그런데 키리코처럼 힐·딜·기동·유틸을 모두 갖춘 신세대 서포트 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메인힐 / 서브힐” 구분 자체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서포트 파워크리프” 논쟁#

오버워치 2 들어 서포트의 누적 힐량과 자가 생존력, 유틸리티가 크게 강해지면서 “서포트가 너무 세다"는 비판(파워크리프) 이 누적됐습니다. 이에 블리자드는 2024년 시즌 9 에서 흥미로운 카드를 꺼냈습니다. 모든 역할군에 자가 회복 패시브를 부여 한 것입니다. 딜러와 탱커도 (서포트보다는 약한 버전으로) 스스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분은 “딜러·탱커의 자생력을 높이고, 서포트가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Kotaku는 이를 “대형 논쟁적 변화"로 보도했고, 일부 서포트 유저층에서는 “역할의 정체성을 희석한다"는 반발도 나왔습니다.


왜 딜러 큐는 항상 길까#

오버워치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현상이 있습니다. 딜러를 고르면 매칭이 한참 걸리고, 탱커나 힐러를 고르면 금방 잡힌다 는 것입니다. 인기가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병목이 시대에 따라 이동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오버워치 1에서는 책임이 무거운 탱커가 비인기 역할이었지만, 오버워치 2에서는 서포트가 비인기 병목 이 되었습니다. GamesRadar는 “큐가 긴 이유는 아무도 서포트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블리자드가 사실상 인정했다고 보도했고, 블리자드 역시 “서포트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개편"을 약속했습니다.


메타의 역사 — GOATS에서 5대5까지#

오버워치의 밸런스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악명 높은 메타가 있습니다.

GOATS (3탱 3힐)#

6대6 시절, 딜러를 아예 빼고 탱커 3 + 서포트 3 으로 구성하는 조합이 한 시대를 지배했습니다. 이 조합을 잘 쓰던 팀 이름에서 따와 “GOATS” 라 불렸는데, 압도적인 지속력과 군중 제어로 한타를 질질 끄는 양상이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를 모두 해쳤습니다.

더블 실드 (Double Shield)#

오리사와 시그마 같은 방벽 영웅 둘을 세워 피해를 극단적으로 경감하는 조합입니다. 양 팀의 궁극기가 다 찰 때까지 한타가 끝나지 않는 지루한 정체(stall)를 유발했습니다.

5대5 전환의 이유#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2에서 탱커를 한 명 줄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과도하게 방어적이고 정체된 메타 를 해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탱커 한 명을 빼자 다음과 같은 효과가 따랐습니다.

  • 개인의 기여도(player agency) 증가
  • 군중 제어(CC) 감소 — 대부분의 CC를 탱커가 보유했기 때문
  • 딜러의 영향력과 경기 템포 개선
  • 한타 가독성 향상
  • (이론상) 큐 시간 단축

물론 그 대가로 솔로 탱커의 부담이 커지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고, 이것이 훗날 6대6 복귀 실험으로 이어집니다.

특전(Perk) 시스템 — 2025년의 변화#

2025년 도입된 특전(Perk) 시스템 은 메타에 새로운 변수를 더했습니다. 경기 중 레벨업으로 영웅별 소형·대형 특전을 해금해 능력을 강화·변형하는 방식입니다. 영웅마다 4종(소형 2 + 대형 2)의 특전이 준비돼 있으며, 다만 영웅을 교체하면 특전 진행도가 초기화 됩니다. 덕분에 “중간에 카운터픽으로 갈아탈 것인가, 아니면 쌓아 둔 특전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습니다.


정리하며#

오버워치는 총을 쏘는 게임이지만, 그 깊이는 에임 너머에 있습니다. 어떤 영웅을 고르고, 어떤 조합을 짜고, 상대를 어떻게 받아치고, 궁극기를 언제 터뜨리느냐 — 이 모든 선택이 얽히면서 매 경기가 작은 전략 게임이 됩니다. 탱커·딜러·힐러라는 세 역할군은 각기 다른 매력과 고충을 지니며, 그 균형을 맞추려는 블리자드의 끝없는 시도가 곧 이 게임의 메타 역사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Part 3에서는 시선을 게임 밖으로 돌립니다. 같은 오버워치를 두고도 사뭇 다르게 즐기는 북미와 한국의 게이밍 문화 를 비교하고, 마블 라이벌즈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그리고 “2"를 떼어낸 오버워치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 보겠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