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Claude Opus 4.8 을 이용해 초안이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Part 1에서는 지구 가열이 이미 진행 중인 관측 사실임을, Part 2에서는 그 원인이 인간에게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Part 3에서는 인류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전 지구 평균 기온 1.5°C”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지난 몇 년 사이 뉴스를 채운 것은 유럽의 기록적 폭염, 발렌시아를 삼킨 물, 아마존강의 바닥, 서울에 갑자기 쏟아진 눈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따라붙습니다.

“예전에도 폭염과 홍수는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매년, 그것도 기록을 갈아치우며 오는가?” “지구가 더워진다면서 왜 폭설과 한파는 더 심해지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합니다. 폭염, 집중호우·홍수, 극심한 가뭄, 폭설이라는 네 가지 재해를 하나씩 짚으면서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물리적 메커니즘 을 설명하고, 앞으로 5~10년 사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에 대해 IPCC, WMO, OECD, 그리고 최근 학술지에 실린 연구들이 내놓은 숫자를 정리합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립니다. 아래 내용에는 과학적 합의가 매우 단단한 부분과 아직 논쟁 중인 부분이 섞여 있습니다. 저는 그 둘을 같은 확신의 톤으로 쓰지 않으려고 했고, 논쟁 중인 대목에는 반대 근거도 함께 적었습니다.


0. 먼저: 네 재해를 관통하는 세 가지 물리#

네 가지 재해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상당 부분 같은 엔진에서 나옵니다. 개별 재해로 들어가기 전에 그 엔진 세 개를 먼저 보겠습니다.

엔진 1 — 평균이 조금 움직이면 극단은 크게 움직인다#

기온의 분포는 종 모양(정규분포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이 분포 전체가 오른쪽으로 조금만 이동해도, 오른쪽 끝 꼬리(극단적으로 더운 날) 아래의 면적은 비율로 따지면 훨씬 크게 늘어납니다. 평균이 1 늘 때 극단은 5배, 10배가 되는 식입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AR6)는 이를 공식 문장으로 이렇게 표현합니다. “빈도 변화의 비율은 드문 사건일수록 더 크다(high confidence).” 즉 100년에 한 번 오던 사건이 10년에 한 번 오던 사건보다 훨씬 급격하게 흔해집니다.

이 효과를 눈으로 보여준 고전이 NASA의 James Hansen 등이 2012년 PNAS에 발표한 “기후 주사위” 연구입니다. 1951~1980년 기준으로 여름 기온이 평균에서 3표준편차 이상 벗어난 극단적 더위는 당시 육지의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육지의 약 10%를 덮습니다. 주사위 눈금 자체가 바뀐 것입니다.

엔진 2 — 1°C당 7%,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최대량은 기온이 1°C 오를 때마다 약 7%씩 증가 합니다. 이것은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19세기에 확립된 열역학 관계식(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관계)입니다. IPCC AR6는 1970년대 이후 실제 대기 수증기량이 이 비율에 부합하게 늘었다고 high confidence로 평가했습니다.

이 7%가 이 글에서 계속 등장합니다. 대기가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게 되면 비가 올 때 쏟아붓는 양이 늘고, 눈이 올 때도 마찬가지이며, 동시에 대기가 지표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힘도 강해집니다.

엔진 3 — 같은 물리가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키운다#

여기가 직관에 가장 어긋나는 부분입니다. “비가 더 많이 오는데 왜 가뭄도 심해지나?”

더워진 대기를 더 커진 스펀지 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큰 스펀지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합니다. 짜면 더 많은 물이 나오고(집중호우), 마른 상태에서는 주변에서 더 많은 물을 빨아들입니다(가뭄). 그리고 스펀지가 커지는 속도는 기온에 대해 선형이 아니라 지수적입니다.

기후학자 Daniel Swain 등이 2025년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에 발표한 연구는 이 현상을 “수문기후 채찍효과(hydroclimate whiplash)” 라고 부릅니다. 극심한 가뭄과 극심한 호우가 짧은 간격으로 번갈아 오는 현상인데, 20세기 중반 이후 계절 안쪽(아계절) 규모에서 약 30~65%, 연 단위 규모에서 약 10~30% 늘었습니다.

이 채찍효과의 실제 사례는 최근 몇 년에 널려 있습니다. 스페인은 2024년 초 카탈루냐에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해 600만 명에게 1인당 하루 210L 급수 제한을 걸었는데, 같은 해 10월 발렌시아에서는 8시간에 491mm가 쏟아져 230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1월에는 강수량이 평년 대비 185%를 기록하며 저수율이 두 달도 안 되어 50%대에서 80% 이상으로 급반전했습니다.

이제 재해별로 들어가겠습니다.


1. 폭염: 꼬리가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움직인다#

1-1. 숫자로 보는 비선형성#

IPCC AR6의 정책결정자용 요약(SPM) Figure SPM.6은 이 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표입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기후에서 50년에 한 번 발생하던 극한 고온이 온난화 수준별로 얼마나 흔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온난화 수준 50년 빈도 폭염의 발생 빈도 강도 변화
현재(약 +1°C) 4.8배 (2.3~6.4) +1.2°C
+1.5°C 8.6배 (4.3~10.7) +2.0°C
+2°C 13.9배 (6.9~16.6) +2.7°C
+4°C 39.2배 (27.0~41.4) +5.3°C

같은 그림에서 10년 빈도 폭염은 현재 2.8배, +1.5°C에서 4.1배, +2°C에서 5.6배, +4°C에서 9.4배입니다. 드문 사건일수록 배수가 훨씬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지구 평균은 겨우 1°C 남짓 올랐는데 극한 폭염은 이미 5배 가까이 잦아졌습니다. 이것이 “예전에도 더웠지 않나"라는 체감과 실제 통계가 어긋나는 이유입니다.

1-2. 20배에서 200배로 — 귀인 연구의 결론#

2025년 9월 Nature 에 실린 Quilcaille 등의 연구는 2000~2023년에 보고된 폭염 213건 전부 를 대상으로 체계적 귀인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 산업화 이전 대비 온난화로 인해 폭염 발생 확률이 2000년대에는 중앙값 약 20배, 2010년대에는 약 200배 증가했습니다.
  • 이 사건들의 약 4분의 1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 했습니다.
  • 180개 “carbon majors”(화석연료·시멘트 기업)의 배출이 폭염 강도 증가분의 절반 에 기여했습니다.

10년 만에 20배가 200배가 됐다는 것, 이것이 “왜 갑자기 심해졌나"에 대한 가장 압축적인 답입니다.

IPCC AR6의 공식 진술도 이례적으로 강합니다.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육지에서 극한 고온이 더 잦고 더 강해진 것은 virtually certain(사실상 확실)하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데 high confidence가 있다. 최근 10년간 관측된 일부 극한 고온은 인간의 영향 없이는 발생이 극히 어려웠을 것이다.”

1-3. 지역을 더 뜨겁게 만드는 증폭 장치들#

전 지구 평균 상승만으로는 특정 지역의 기록적 폭염이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증폭 장치가 붙습니다.

토양수분-기온 되먹임. 땅이 젖어 있으면 태양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물을 증발시키는 데(잠열) 쓰이면서 지표를 식힙니다. 그런데 땅이 마르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공기를 데우는 데(현열) 쓰입니다. Miralles 등이 2014년 Nature Geoscience 에 발표한 연구는 2003년 프랑스 폭염과 2010년 러시아 폭염이 바로 이 토양 건조 + 대기 경계층 열 축적 의 결합으로 극단적 기온에 도달했음을 보였습니다. 즉 가뭄이 폭염을 키우고, 폭염이 다시 가뭄을 키웁니다.

2026년 6월 유럽 폭염에서도 이 메커니즘이 지목됐습니다. Météo-France는 6월 27일 시점 프랑스의 토양수분이 1959년 이후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육지가 바다보다 빨리 더워진다. IPCC AR6는 육지 표면이 해양 표면보다 1.4~1.7배 빠르게 온난화한다고 평가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대부분 육지입니다.

도시열섬. IPCC AR6 SPM C.2.6은 “도시는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를 국지적으로 증폭시키며, 도시화의 진전과 더 잦아진 극한 고온이 결합해 폭염의 심각성을 높일 것(very high confidence)” 이라고 명시합니다.

유럽의 이중 제트. 유럽은 전 세계에서 폭염 증가가 유난히 빠른 지역입니다. Rousi 등이 2022년 Nature Communications 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42년간 유럽의 폭염 상승 추세는 북반구 중위도 나머지 지역의 3~4배 였습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유라시아 상공에 제트기류가 두 갈래로 갈라진 채 오래 머무는 “이중 제트” 상태의 증가입니다. 이 하나의 요인이 서유럽 기온 변동성의 최대 35%를 설명했고, 서유럽 폭염 가속 추세의 거의 전부를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극 증폭 → 제트기류 사행 증가 → 극한 날씨” 라는 더 넓은 가설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IPCC AR6는 이 인과 사슬을 미확립으로 평가했고, Blackport와 Screen이 2020년 Science Advances 에 발표한 연구는 북극 증폭이 중위도 대기파의 진폭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반대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부분은 “가능성 있는 가설"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1-4. 습구온도 — 사람이 견딜 수 없는 더위#

기온만으로는 위험도를 다 잴 수 없습니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체온 조절이 실패합니다. 이를 하나로 묶은 지표가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 입니다.

오랫동안 인용된 이론적 한계는 습구온도 35°C였습니다(Sherwood & Huber, 2010). 그런데 2022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젊고 건강한 성인조차 고습 환경에서 약 31°C, 고온건조 환경에서는 25~28°C 가 실질적 한계였습니다. 35°C는 이론과 모델에서 나온 값이지 실측값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Raymond 등이 2020년 Science Advances 에 발표한 관측 분석에 따르면 1979~2017년 사이 전 지구에서 습구온도 31°C 초과가 7,000회 이상, 33°C 초과가 250회 이상 기록됐고, 두 개 관측소에서는 35°C를 짧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이 빈도는 1979년 이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핫스팟은 페르시아만 연안, 인더스 계곡, 홍해 연안입니다.

1-5. 최근 몇 년,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 2024년 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5°C(WMO 6개 자료 통합) 또는 +1.60°C(코페르니쿠스 ERA5)였습니다. 연평균 기온이 1.5°C를 넘은 최초의 해입니다.
  • 2025년+1.47°C(코페르니쿠스)로 3위였고, 2023~2025년 3년 평균이 처음으로 1.5°C를 넘겼습니다.
  • 2021년 북미 서부 열돔 은 캐나다 리턴에서 49.6°C를 기록해 종전 국가기록을 4.6°C 차이로 경신했고, 다음 날 마을 전체가 산불로 소실됐습니다. 동료심사를 거친 귀인 연구(Philip 등, 2022)는 이 사건이 인간의 영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 했고 최소 150배 발생하기 쉬워졌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현재 기후에서 약 1,000년 빈도인 이 사건은 +2°C 세계에서는 5~10년마다 발생하게 됩니다.
  • 2025년 여름 일본 은 1898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전국 평균이 평년 대비 +2.36°C 로, 종전 기록(+1.76°C)을 크게 넘었습니다. 8월 5일 군마현 이세사키에서 41.8°C 를 기록해 일본 역대 최고기온이 됐습니다.
  • 2025년 한국 은 여름 평균 25.7°C로 역대 1위였고, 서울 열대야가 46일 로 1908년 관측 이래 최고였습니다. 평년(12.5일)의 3.5배입니다. 대관령에서는 1971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발생했습니다.
  • 2026년 6월 서유럽 은 평년 대비 +3.06°C 로 역대 가장 더운 6월이었습니다. 프랑스는 6월 24~25일에 전국 24시간 평균 기온이 사상 처음 30.0°C를 넘겨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습니다. 독일(41.7°C), 폴란드(40.5°C), 체코가 국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독일에서만 252개 관측소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같은 2026년 6월, 한국의 전국 평균 기온은 22.2°C로 1973년 이후 7번째에 그쳤습니다. 지구 가열은 전 지구 평균의 이야기이고, 특정 해 특정 지역의 체감은 그해의 대기 순환 패턴이 크게 좌우합니다. 어느 한 해 우리 지역이 선선했다는 것은 추세에 대한 반증이 되지 못합니다.


2. 집중호우와 홍수: 대기가 담을 수 있는 물이 늘었다#

2-1. 왜 평균 강수보다 극한 강수가 훨씬 빨리 늘어나는가#

전 지구 평균 강수량은 사실 그리 빠르게 늘지 않습니다. 온난화 1°C당 대략 1~3% 수준입니다. 지구가 물을 증발시키는 데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극한 강수는 이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가장 강한 호우는 대기 기둥 안의 수증기를 사실상 전부 짜내기 때문에, 그 강도는 에너지 예산이 아니라 대기가 담고 있는 수증기의 양 에 따라갑니다. 그래서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의 7%/°C를 따릅니다.

IPCC AR6 SPM B.2.4는 이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전 지구 규모에서 극한 일강수 사건은 온난화 1°C당 약 7%씩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high confidence).”

평균이 2%, 극단이 7%. 이 격차가 “총 강수량은 크게 안 변했는데 물난리는 잦아졌다"는 체감의 정체입니다.

2-2. 짧고 강한 비는 7%보다 더 빨리 늘어난다#

시간당 단위의 짧고 강한 대류성 강우는 7%를 넘어 14%/°C 안팎(super-Clausius-Clapeyron) 으로 강해집니다. 2008년 Lenderink와 van Meijgaard가 Nature Geoscience 에 네덜란드 관측을 근거로 처음 보고한 이래 여러 지역에서 확인됐습니다.

2025년 Nature Geoscience 에 실린 최신 연구는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온난화가 대류 자체를 강화한다기보다, 넓고 약한 비(층상형)에서 좁고 강한 비(대류형)로 강수의 유형이 통계적으로 옮겨가기 때문 이며, 이 전환은 이슬점 14°C를 넘어서면서 급격해집니다. 특히 1시간 미만 단위의 극한 강우가 가장 크게 강해집니다.

도시의 배수 설계는 대부분 이 시간 단위에 맞춰져 있습니다.

2-3. 폭풍이 더 많은 비를 뿌리고, 더 천천히 움직인다#

열대저기압. Knutson 등이 2020년 BAMS 에 정리한 전문가 종합 평가에 따르면 +2°C 온난화 시 열대저기압의 강수율은 중앙값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IPCC AR6도 4~5등급 강한 태풍의 비율과 최강 태풍의 최대 풍속이 증가할 것(high confidence)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급속 강화(rapid intensification) 비율이 실제로 증가했으며 자연 변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체. Kossin이 2018년 Nature 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열대저기압의 이동 속도는 1949~2016년 사이 전 지구 평균 10% 느려졌고, 서북태평양 육상에서는 21%, 북대서양 육상에서는 16% 느려졌습니다. 어떤 지점이 받는 총 강수량은 폭풍의 이동 속도에 반비례하므로, 강수율 증가와 정체가 겹치면 피해는 곱으로 커집니다. (다만 이 관측 추세는 과거 자료의 균질성 문제로 논쟁이 있습니다.)

모델 기반으로는 더 명확합니다. Kahraman 등이 2021년 GRL 에 발표한 연구는 유럽 육상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강한 폭우가 21세기 말까지 약 14배 잦아질 것 으로 전망했습니다. 극한 강우가 가능한 조건 전반의 증가(약 7배)보다 두 배 빠른 속도입니다. 원인은 극지방과 열대의 온도차가 줄면서 상층 바람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2-4. 숫자로 보는 귀인#

IPCC AR6 Figure SPM.6에서 10년에 한 번 오던 극한 일강수는 다음과 같이 변합니다.

온난화 수준 발생 빈도 강도 변화
현재(약 +1°C) 1.3배 (1.2~1.4) +6.7%
+1.5°C 1.5배 (1.4~1.7) +10.5%
+2°C 1.7배 (1.6~2.0) +14.0%
+4°C 2.7배 (2.3~3.6) +30.2%

폭염(4.8배)에 비하면 배수는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홍수 피해는 강수량에 선형으로 비례하지 않습니다. 배수 용량이라는 문턱을 넘는 순간 피해가 계단식으로 뛰기 때문에, 10%의 강도 증가가 피해를 몇 배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개별 사건 귀인 연구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 2024년 10월 스페인 발렌시아 DANA: 이 정도 강도의 강우는 현재 기후에서 약 12% 더 강해졌고 발생 가능성은 2배 가 됐습니다. 2026년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린 km 단위 고해상도 시뮬레이션 연구는 더 구체적입니다. 1시간 강우 강도가 1°C당 20% 증가 해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비율을 넘어섰고, 산업화 이전 대비 6시간 강우율 +21%, 180mm 이상이 쏟아진 면적 +55%였습니다. 투리스에서 16시간에 771.8mm, 1시간에 184.6mm(스페인 국가기록)가 쏟아졌고 230명이 사망했습니다.
  • 2023년 9월 리비아 데르나: 24시간에 약 400mm가 내렸습니다. 그곳의 9월 평년 강수량은 1.5mm 입니다. 귀인 연구는 이 강우가 최대 50배 더 발생하기 쉬워졌고 최대 50% 더 강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댐 두 개가 무너졌습니다.
  • 2022년 파키스탄 홍수: 신드·발루치스탄의 5일 최대 강우가 약 75% 더 강해졌습니다. 3,300만 명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 2025년 파키스탄 몬순: 강우가 기후변화로 10~15% 더 무거워졌으며, 이런 비는 이제 약 5년에 한 번 오는 수준이 됐습니다.

2-5. 한국의 비는 어떻게 변했나#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1912~2024년)의 숫자는 앞서 설명한 물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지표 10년당 변화
연 강수량 +17.83mm
강수일수 −0.68일
강수강도 +0.22mm/일
호우일수 +0.08일
시간최다강수량 50mm 이상 일수 +0.04일

비 오는 날은 줄었는데 총 강수량은 늘었습니다. 이것은 곧 한 번 올 때 더 쏟아붓는다는 뜻입니다. 계절별로는 여름이 10년당 +11.31mm로 증가폭이 가장 큽니다.

일본의 자료는 더 극적입니다. 기상청(JMA)과 기상연구소(MRI)가 1,178개 관측소의 1976~2020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3시간에 130mm 이상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45년 사이 약 2.2배 늘었습니다(신뢰도 99% 이상). 특히 장마철인 7월만 놓고 보면 약 3.8배 입니다. 그리고 기준을 높게 잡을수록 증가 배수가 커집니다. 앞서 본 “드문 사건일수록 더 크게 늘어난다"는 원칙 그대로입니다.

2-6. 설계 기준 자체가 낡았다#

이 대목이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하수도, 하천 제방, 배수 펌프장은 모두 “몇 년 빈도 강우"라는 설계 기준에 맞춰 지어집니다. 그런데 그 기준은 과거 관측 자료로 만들어졌고, 기후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정상성, stationarity) 위에 서 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 문제 때문에 강수 빈도 표준인 Atlas 14를 Atlas 15로 전면 개편 하고 있습니다. Atlas 15는 관측된 추세를 반영해 과거 추정치를 갱신하는 1권과, 미래 기후를 반영한 전망 기반 강수 빈도 추정치 를 제공하는 2권으로 구성됩니다. 미 본토는 2026년, 나머지는 2027년 발간 예정입니다.

기준이 낡았다는 것은 기존 인프라가 설계상 이미 과소 설계 상태라는 뜻입니다.


3. 극심한 가뭄: 강수가 줄어서가 아니다#

3-1. 가장 흔한 오해를 먼저 깨야 합니다#

“가뭄 = 비가 안 옴"이라는 상식은 지금의 가뭄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IPCC AR6 11장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수의 추세는 전 지구 규모 가뭄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동인이 아니다(medium confidence).” “따라서 온난화하는 기후에서 가뭄 변화의 주된 동인은 열역학적 과정이다(high confidence).”

여기서 열역학적 과정이란 대기증발수요(atmospheric evaporative demand, AED) 의 증가를 말합니다. 앞의 엔진 2로 돌아가 보면, 더워진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담을 수 있고, 그 여력만큼 지표와 식물과 토양에서 물을 더 강하게 빨아들입니다. 이 흡인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수증기압 부족(VPD) 인데, 기온에 대해 지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비가 예전과 똑같이 와도 가뭄은 심해집니다. 대기가 더 빨리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3-2. 얼마나 기여하는가#

  • 2025년 Nature 에 실린 Gebrechorkos 등의 연구는 대기증발수요가 전 지구 가뭄 심도를 평균 40% 증가시켰다 고 보고했습니다. 2018~2022년 가뭄 면적은 1981~2017년 대비 74% 확대됐는데, 그중 58%가 대기증발수요의 기여 였습니다.
  • 2024년 Science Advances 에 실린 Zhuang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 서부 가뭄은 심도의 62%, 면적의 66%가 강수 부족이 아니라 기온과 증발수요 때문이었습니다. 2020~2022년 가뭄은 심도의 61%가 증발수요, 39%만이 강수 부족이었습니다.
  • 2026년 4월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에 실린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전 지구 육지의 약 30%가 기상학적 가뭄 상태 였습니다. 1990년대의 약 10%의 3배입니다. 1950~2019년 사이에는 어느 해도 30%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2020년 처음 돌파한 뒤 6년 연속 이 수준을 유지 하고 있습니다.

3-3. 급성 가뭄(flash drought)이 늘고 있다#

가뭄의 성격 자체도 바뀌고 있습니다. 몇 주 만에 급격히 발생하는 급성 가뭄 이 그것입니다. 2023년 Science 에 실린 Yuan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64년간 IPCC 지역의 74%에서 급성 가뭄으로의 전환 이 나타났으며, 미래에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급성 가뭄의 비율과 발생 속도가 유의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논문의 결론 문장이 명료합니다. “미래에 가뭄이 발생할 때, 그 가뭄은 급속히 시작되는 유형일 가능성이 더 높다.”

농업·수자원 관리 관점에서 이것은 나쁜 소식입니다. 대응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3-4. 토양수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2025년 Science 에 실린 연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충격적입니다. 2000~2002년 전 지구 토양수분이 1,614Gt 감소 했고(같은 기간 그린란드 빙상 손실보다 큽니다), 2003~2016년에 추가로 1,009Gt이 감소했는데, 2021년까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해수면 상승과 지구 자전축 이동이라는 두 개의 독립적 관측으로 이 값을 교차 확인했습니다.

즉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일은 “가뭄"이 아니라 수문 체제 자체의 영구적 이동 에 가깝습니다.

3-5. 최근 사건들#

  • 아마존: 마나우스의 리우네그루 수위가 2023년 10월 13.49m, 2024년 10월 12.66m로 1902년 관측 이래 122년 만의 최저를 2년 연속 경신했습니다. 브라질 국토의 59%가 가뭄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2023년 가뭄에 대한 귀인 연구는 기후변화로 30배 더 발생하기 쉬워졌으며, 강수 감소는 엘니뇨와 기후변화의 기여가 비슷하지만 고온은 거의 전적으로 기후변화 탓 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 아프리카의 뿔: 2020년 10월 이후 5회 연속 우기가 실패해 40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귀인 연구는 이 정도의 농업 가뭄이 최소 100배 더 발생하기 쉬워졌으며,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애초에 “가뭄"으로 분류될 수준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2025~2026년에도 우기 실패가 재발해 소말리아·에티오피아·케냐에서 2,000만 명 이상이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 중동: 이란의 가뭄 재현 주기는 80년에서 5년(16배) 으로,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유역은 250년에서 10년(25배) 으로 짧아졌습니다. 2025년 11월 테헤란의 주요 저수지 저수율은 5% 미만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라크의 저수량은 평년 180억m³ 대비 100억m³로 80년 만의 최저입니다.
  • 미국 남서부: 2000~2021년은 서기 800년 이래 가장 건조한 22년 이었습니다. 인위적 기후변화가 토양수분 부족의 약 42%를 설명합니다. 2026년 7월 현재 파월호는 저수율 23%, 미드호는 29%이며, 2026년 4~7월 파월호 유입량 전망은 평년의 13% 로 기록상 최저입니다.
  • 파나마 운하: 2023년 가뭄으로 하루 통항 선박이 정상 36~38척에서 2024년 2월 18척까지 줄었습니다. (이후 회복되어 2026년 현재는 하루 38척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4. 폭설과 한파: 가장 오해받는 재해#

4-1. 먼저 전제를 분명히 합니다#

폭설 이야기는 회의론의 단골 소재입니다. “지구가 더워진다면서 왜 눈이 이렇게 오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절은 순서를 뒤집어서, 가장 확실한 사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눈은 줄고 한파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 IPCC AR6는 1950년 이후 전 지구적으로 한랭 극값의 빈도와 강도가 감소한 것을 virtually certain(사실상 확실) 으로 평가했고,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C에서 “더 따뜻하고 더 적은 한랭 낮·밤"은 모든 대륙에서 virtually certain입니다.
  • 북반구 봄철 적설 면적은 4월 −1.32%/10년, 5월 −4.1%/10년, 6월 −12.95%/10년 으로 줄고 있습니다(1967~2022년, Rutgers Global Snow Lab).
  • Blackport 등이 2024년 Science Advances 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990~2022년 북반구 중위도의 연 최저기온은 10년당 +0.42°C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겨울 평균 상승률(+0.25°C/10년)보다 거의 2배 빠릅니다. 한파가 평균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폭설이 세졌다"는 이야기는 눈의 총량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강도 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논의가 엉킵니다.

4-2. 그렇다면 왜 한 번 올 때는 더 세게 오는가#

온난화는 강설에 정확히 반대되는 두 힘으로 작용합니다.

  1. 기온 상승 → 눈 대신 비가 올 확률이 높아짐 → 강설 감소
  2. 수증기 증가(7%/°C) → 눈이 올 조건이 갖춰졌을 때 쏟아지는 양이 늘어남 → 극한 강설 강화

O’Gorman이 2014년 Nature 에 발표한 연구가 이 관계를 정량화했습니다. 극한 강설은 지표 기온 약 −2°C 부근의 좁은 구간 에 집중해서 발생하는데, 이 구간 자체는 미래 기후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 강설 총량은 크게 줄어도, 가장 강한 강설 사건의 강도는 훨씬 덜 줄어듭니다.

Quante 등이 2021년 Scientific Reports 에 발표한 전망은 더 구체적입니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일 강설의 99.9백분위수(즉 가장 극단적인 강설)는 2051~2060년 북반구 광범위한 지역에서 10~20%포인트 증가 하고, 2091~2100년 고위도에서는 30%포인트를 넘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유럽과 저위도에서는 최대 50%포인트 감소합니다. 지역별로 정반대 방향입니다.

4-3. 한국의 폭설 — 서해가 뜨거워졌다#

한국의 겨울 폭설은 해기차(海氣差), 즉 바다와 상공의 기온 차이로 만들어집니다. 차가운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열과 수증기를 대량으로 공급받아 눈구름으로 발달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해 해수면 온도와 700hPa(고도 약 3km) 기온의 차이가 22°C를 넘을 때 해기차에 의한 대설이 특히 강하게 발생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바다 쪽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는 것입니다. 기상청 「2024년 연 기후특성」에 따르면 2024년 한국 해역 평균 해수면 온도는 18.6°C로 최근 10년 평균 대비 +1.3°C 였고, 특히 서해는 16.5°C로 최근 10년 평균 대비 +1.8°C 로 해역 중 편차가 가장 컸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같은 찬 공기가 지나가도 해기차가 커지고 공급되는 수증기도 늘어납니다.

그 결과가 2024년 11월 수도권 폭설 입니다. 상층 약 5.5km에 −30°C 이하의 매우 찬 공기를 동반한 절리저기압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평년보다 훨씬 따뜻한 서해가 수증기를 대량으로 공급했습니다.

  • 11월 28일 일최심적설: 서울 28.6cm, 인천 26.0cm, 수원 43.0cm — 모두 관측 이래 11월 최고값 경신
  • 11월 27일 서울 일최심신적설 16.1cm — 종전 11월 기록(1972년 12.4cm) 경신
  • 최대 적설은 용인 47.5cm
  • 서울의 근대 기상관측은 1907년 10월에 시작됐으므로 117년 만의 기록 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률은 100년당 +1.36°C 로, 전 지구 대양 평균(+0.63°C)의 2배가 넘습니다. 2025년 2월 일본은 세계 기록급 폭설을 겪었는데, 홋카이도 오비히로에서 12시간에 120cm, 아오모리현 스카유에서 적설 5.15m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보고된 귀인 분석은 기후변화가 이 사건의 적설 깊이를 6~10% 증가시켰다 고 평가했습니다.

4-4. 극와동 논쟁 — 여기서는 조심스럽게#

한파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설명은 “북극이 빠르게 더워지면서 극와동(polar vortex)이 약해져 찬 공기가 중위도로 쏟아진다” 는 것입니다. 이 가설은 매력적이고 직관적이지만, 학계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찬성 측: Cohen 등이 2021년 Science 에 발표한 연구는 성층권 극와동이 옆으로 늘어나는(stretching) 유형의 교란이 아시아와 북미의 극한 한파와 연결되며 위성 관측 시대 동안 증가해 왔다고 보고했습니다. 2021년 2월 텍사스 한파가 대표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반대 측: Blackport 등이 2024년 Science Advances 에 발표한 연구는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이 연구는 선행 연구들이 사용한 관측망의 공간 커버리지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위도(따뜻한 쪽)에서 집중적으로 소실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정된 공간 마스크를 적용하면 “한랭 극값 증가"라는 결과 자체가 사라진다 고 보였습니다.

IPCC의 입장: AR6는 북극 해빙 손실이 중위도 날씨에 영향을 주어 일부 지역에서 겨울 한랭 극값의 가능성을 높였을 수 있으나, 그 기저 과정과 인과관계의 존재 자체에 low confidence(낮은 신뢰도) 만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NOAA의 Amy Butler는 이를 간명하게 정리했습니다. “증거는 엇갈리고 과학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확한 서술은 이렇습니다. 해기차 폭설(4-3절)은 물리적으로 탄탄한 영역이고, 극와동-한파 연결(4-4절)은 아직 논쟁 중입니다. 두 가지를 같은 확신의 톤으로 말하는 글은 신뢰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 맞든, 4-1절의 결론은 바뀌지 않습니다. 한파는 전체적으로 계속 줄어듭니다. NOAA의 표현을 빌리면, “극한 한파와 폭설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는 겨울과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확률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5. 앞으로 5~10년: 학계와 국제기구의 전망#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2031~2036년쯤 상황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나빠질 것인지입니다.

5-1. 기준선: 온난화는 어디까지 가는가#

세계기상기구(WMO) 연-10년 기후 업데이트 2026~2035 (2026년 5월 28일 발표, 13개 기관의 예측을 종합):

항목
2026~2030년 연평균 기온 (산업화 이전 대비) 1.3°C ~ 1.9°C
2026~2030년 중 최소 한 해가 1.5°C를 넘을 확률 91% (very likely)
2026~2030년 5년 평균이 1.5°C를 넘을 확률 75% (likely)
2026~2030년 중 한 해가 2024년을 제치고 역대 1위가 될 확률 86%
향후 5년 중 어느 해든 2°C를 넘을 확률 1% 미만
북극의 향후 5번의 겨울 기온 편차 (1991~2020 대비) +2.8°C (전 지구 평균 편차의 3.5배 이상)

주저자 Leon Hermanson은 2026년 말 엘니뇨가 예측되므로 2027년이 다음 기록 경신 해가 될 가능성 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함께 짚어야 할 단서가 있습니다. Part 1에서도 언급했듯 파리협정의 1.5°C는 보통 20년 평균 으로 평가하는 장기 온난화를 뜻하므로, 개별 연도의 초과가 곧 목표 실패는 아닙니다. 다만 5년 평균이 1.5°C를 넘을 확률이 75% 라는 것은 그 완충 지대가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IPCC AR6는 SSP5-8.5를 제외한 모든 시나리오에서 1.5°C 도달의 중앙 추정 시점을 2030년대 초반 으로 봅니다. 즉 이 글에서 말하는 “5~10년 후"는 대략 1.5°C 세계 입니다.

5-2. 1.5°C 세계에서 네 재해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IPCC AR6 Figure SPM.6을 기준으로, 현재(약 1°C)와 1.5°C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재해 (산업화 이전 기준 사건) 현재 (+1°C) +1.5°C 참고: +2°C
50년 빈도 극한 고온 4.8배 / +1.2°C 8.6배 / +2.0°C 13.9배 / +2.7°C
10년 빈도 극한 고온 2.8배 / +1.2°C 4.1배 / +1.9°C 5.6배 / +2.6°C
10년 빈도 극한 강수 1.3배 / +6.7% 1.5배 / +10.5% 1.7배 / +14.0%
10년 빈도 농업·생태 가뭄 (건조화 지역) 1.7배 / +0.3 표준편차 2.0배 / +0.5 표준편차 2.4배 / +0.6 표준편차

한 줄로 요약하면, 앞으로 10년 사이에 극한 폭염은 다시 지금의 1.8배 잦아지고, 극한 호우는 1.15배 잦아지면서 강도가 4%포인트 더 붙고, 건조화 지역의 가뭄은 1.2배 잦아지면서 뚜렷하게 깊어집니다.

5-3. 폭염 — 노출 인구가 배로 뛴다#

  • Dosio 등이 2018년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폭염에 5년에 한 번 이상 노출되는 전 세계 인구 비율은 1.5°C에서 13.8%, 2°C에서 36.9% 입니다. 그 차이만 약 17억 명입니다.
  • IPCC 1.5°C 특별보고서: 중위도의 극한 더운 날은 1.5°C에서 약 3°C까지, 2°C에서 약 4°C까지 뜨거워집니다. 전 지구 평균 상승폭의 2배입니다.
  • 2025년 Nature 에 실린 Grant 등의 세대별 분석: 1.5°C 경로에서도 2020년에 태어난 세대의 52%가 생애 전체에 걸쳐 “전례 없는” 수준의 폭염 노출 을 겪게 됩니다. 현행 정책 경로(2100년 2.7°C)에서 이 비율은 1960년생 대비 최소 2배입니다.
  • Lancet Countdown 2025: 현재 연간 폭염 관련 사망은 546,000명(1분에 1명꼴)이며 1990년대 대비 폭염 사망률이 23% 증가했습니다. 2024년 더위로 인한 잠재 노동시간 손실은 6,400억 시간, 생산성 손실은 1조 900억 달러 였습니다.

한국: 환경부와 기상청이 2025년 9월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현재 연평균 8.8일인 폭염일수가 21세기 후반에 24.2일(저탄소 시나리오)에서 79.5일(고탄소 시나리오) 로, 현재의 3~9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프랑스: Météo-France의 관측 통계 한 줄이 이 절 전체를 요약합니다. 1947년 이후 프랑스에서 발생한 폭염 53회 중 절반이 2010년 이후 15년에 집중돼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이 그 앞 60여 년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2050년(+2.7°C 경로) 전망은 폭염 시기가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확장되고, 폭염일수가 1976~2005년 대비 5배 가 되는 것입니다.

5-4. 홍수 — 문제는 강수량이 아니라 문턱#

  • WMO 「전 지구 수자원 현황 2024」(2025년 9월 발간)에 따르면 2024년은 수문 순환이 불안정했던 6년 연속의 해 였고, 전 세계 하천 유역의 약 60%가 비정상적 유량(너무 많거나 너무 적음)을 보였습니다. 정상 범위는 3분의 1가량에 불과했습니다. 보고서의 표현은 “비정상이 새로운 정상(Abnormal is the new normal)“입니다. 같은 해 유럽은 2013년 이후 가장 광범위한 홍수를 겪어 335명 이상이 사망하고 180억 유로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 2025년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린 고해상도 전 지구 홍수 모델 분석에 따르면 100년 빈도 홍수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는 2020년 16억 명에서 2100년 19억 명으로 늘어납니다. 다만 이 증가분 중 기후변화 기여는 21.1%, 인구 변화 기여가 76.8% 입니다. 즉 홍수 피해 증가의 상당 부분은 위험 지역에 사람과 자산이 계속 모이는 것 때문입니다. 이것은 정책적으로 다룰 수 있는 변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해수면 상승과의 복합: 2018년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린 전 지구 극한 해수면 확률 전망에 따르면 지중해와 대서양 연안의 상당 구간에서 역사적 100년 빈도 연안 홍수가 2050년 이전에 약 10배 잦아질 것 으로 예상됩니다. 해수면이 조금만 올라도 폭풍해일이 넘는 문턱이 극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5-5. 가뭄 — 이미 값이 매겨진 미래#

  • OECD와 UNCCD의 「Global Drought Outlook」(2025년 6월): 가뭄 1건의 비용이 2000년 대비 이미 최소 2배가 됐고, 2035년까지 추가로 35~110% 더 상승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글의 “5~10년 후”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하는 숫자입니다. 심한 가뭄 시 하천 물동량은 40%, 수력발전은 25% 이상 감소하고, 건조한 해에는 작물 수확이 최대 22%까지 줄어듭니다.
  • UNCCD 「The Global Threat of Drying Lands」(2024년 12월): 2020년까지의 30년 동안 지구 육지의 77.6%가 이전 30년보다 건조 해졌습니다. 건조지는 약 430만km²(인도보다 3분의 1 넓은 면적) 확대돼 남극 제외 육지의 37.5%에서 40.6% 가 됐습니다. 유럽은 국토의 95.9% 가 건조화해 최대 피해 지역이 됐습니다. 현재 건조지에는 23억 명(세계 인구의 30.9%)이 살고 있습니다.
  • IPCC AR6 WG2: 2°C에서 8억~30억 명, 4°C에서 최대 약 40억 명 이 가뭄으로 인한 만성적 물 부족을 겪게 됩니다.
  • IPCC AR6 11장: 농업·생태 가뭄이 증가하는 지역의 수는 1.5°C에서 8개, 2°C에서 17개, 4°C에서 21개(AR6가 구분한 45개 육상 지역의 약 47%)로 늘어납니다.

UNCCD 사무총장 Ibrahim Thiaw의 말이 이 절의 핵심입니다. “가뭄은 끝난다. 그러나 한 지역의 기후 자체가 건조해지면, 이전 상태로 돌아갈 능력은 사라진다.”

5-6. 눈 — “적설 절벽"이 다가온다#

2024년 Nature 에 실린 Gottlieb과 Mankin의 연구는 북반구 주요 하천 유역 169곳의 3월 적설을 분석했습니다. 결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적설 절벽(snow-loss cliff)” 이라는 개념입니다.

유역의 겨울 평균기온이 −8°C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온난화 1°C당 적설 손실이 비선형적으로 급가속 합니다. 그 아래에서는 눈이 온난화에 비교적 둔감하다가, 문턱을 넘으면 급격히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현재 북반구 3월 적설 질량의 80%는 아직 이 문턱 아래 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체 적설량 감소가 상대적으로 느려 보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 80%가 문턱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문턱을 넘은 지역의 손실 속도는 이렇습니다. 미국 남서부와 유럽은 10년당 10~20% 감소, 60°N 이남 중위도 전체는 인위적 강제력에 의해 10년당 −4.1%입니다.

그 결과 세기말(SSP2-4.5) 봄철 유출량 전망은 콜로라도강 −42.2%, 다뉴브강 −41%, 라인강 −33%, 어퍼미시시피 −30.2% 입니다. 콜로라도강은 1,400만 명, 어퍼미시시피는 8,400만 명의 물 공급에 관계됩니다.

부수적 영향도 큽니다. 2023년 Nature Climate Change 에 실린 유럽 28개국 2,234개 스키 리조트 분석에 따르면, 인공눈 없이는 +2°C에서 53%, +4°C에서 98% 의 리조트가 적설 공급 “매우 높은 위험” 상태가 됩니다. 인공눈으로 50%를 커버해도 각각 27%, 71%입니다. 알프스의 인공눈 물 소비량은 2050년까지 50~110% 증가할 전망입니다.

그리고 눈이 줄어드는 것은 겨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의 눈은 천천히 녹으며 여름 내내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 역할을 합니다. 이 저수지가 줄면 여름 가뭄이 심해집니다. 3절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6. 정리#

재해 왜 심해졌나 (핵심 메커니즘) 5~10년 후 (약 +1.5°C)
폭염 분포 이동으로 꼬리가 비선형 증폭 + 토양 건조 되먹임 + 도시열섬 + 순환 정체 50년 빈도 폭염 4.8배 → 8.6배, 강도 +2.0°C. 심각 폭염 노출 인구 13.8%
집중호우 대기 수증기 7%/°C 증가, 짧은 호우는 14%/°C. 폭풍 강수율 증가 + 이동 정체 10년 빈도 호우 1.3배 → 1.5배, 강도 +10.5%. 설계 기준 전면 재작성 중
가뭄 강수 감소가 아니라 대기증발수요 증가. 심도의 40~62%가 이 요인 가뭄 2.0배, 가뭄 1건 비용 2035년까지 +35~110%
폭설 총량은 감소하나, 해수온 상승으로 해기차가 커져 개별 사건은 강화 극한 강설은 고위도에서만 증가, 중위도는 감소. 적설 절벽 진입

이 표를 관통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네 가지 재해가 서로 다른 원인으로 우연히 동시에 나빠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같은 물리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대기가 담을 수 있는 물이 1°C당 7%씩 늘어난다는 하나의 관계식이 호우도, 가뭄도, 폭설도, 그리고 습윤 폭염도 함께 밀어 올립니다. Part 1에서 기온·CO₂·해양·빙하·해빙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서로 맞아떨어지며” 신기록을 세운다고 했던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원칙이 있습니다. 드문 사건일수록 더 크게 늘어난다. 평균은 1°C 움직였지만 10년 빈도 폭염은 2.8배가, 50년 빈도 폭염은 4.8배가 됐습니다. 우리가 인프라와 제도를 설계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대개 평균이 아니라 이 드문 사건들입니다. 그래서 체감보다 피해가 빠르게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는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5-4절의 홍수 노출 인구 연구에서 증가분의 76.8%가 기후가 아니라 인구·개발 요인 이었다는 대목입니다. 재해의 물리는 우리가 배출을 줄이는 속도만큼만 늦출 수 있지만, 누가 어디에 사는가, 배수 설계 기준을 언제 고치는가, 폭염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하는가 는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변수입니다. Part 3에서 다룬 완화 노력과 함께, 이 적응의 영역이 앞으로 10년 동안 실제 피해 규모를 크게 좌우할 것입니다.


References#

IPCC#

폭염#

집중호우·홍수#

가뭄#

폭설·한파#

전망 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