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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발매된 이소라의 7집은 제목도, 수록곡의 이름도 없이 오직 숫자로만 존재하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용감한 시도 중 하나로 기록된 앨범입니다. 아이돌 음악이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 모든 상업적 문법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의 내면을 향한 침잠을 택한 이 앨범은, 청자에게 불편할 정도의 솔직함과 순도 높은 슬픔을 전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이 글은 저의 요구사항에 대한 Gemini 2.5 pro 의 대답에 의해 초고가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Tribute to 승국)


앨범의 탄생과 주요 참여진#

6집 눈썹달의 성공 이후 4년 만에 발표된 이 앨범은, 제목과 트랙명을 모두 없애고 청자가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여 스스로 의미를 찾도록 의도된 독특한 콘셉트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대한 반기이자, 음악의 본질에 대한 이소라의 진지한 탐구였습니다. 앨범 커버 뒷면에는 트랙리스트 대신 이소라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각 트랙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격은 대중적 인기보다는 음악적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선언과도 같았으며, 실제로 이 앨범은 팬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6집과 더불어 최고의 앨범으로 꼽힙니다.

앨범의 주요 참여진#

이 앨범의 사운드를 구축한 것은 당대 인디 씬과 메이저 씬을 아우르는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군단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곡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소라라는 프리즘을 통해 각자의 음악 세계를 투영하며 앨범의 유기적인 전체를 완성했습니다.

  • 토마스쿡(정순용): 밴드 ‘마이 앤트 메리’의 보컬이자 솔로 뮤션으로, “Track 1”, “Track 4”, “Track 9” 등 앨범의 서사를 여닫는 중요한 곡들을 작곡하며 앨범의 전체적인 톤을 조율했습니다.
  • 김민규: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리더로, “Track 2”, “Track 5"를 작곡했습니다. 그는 특유의 모던 록 감성을 바탕으로 이소라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면모를 끌어내는 데 기여했습니다.
  • 이한철: ‘불독맨션’으로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로, 타이틀곡 “Track 8"을 포함해 “Track 3”, “Track 7” 등 앨범에서 가장 격정적인 트랙들을 작곡하며 슬픔의 파고를 만들어냈습니다.
  • 정지찬: 그룹 ‘원 모어 찬스’의 멤버이자 작곡가로, “Track 10”, “Track 11"을 통해 앨범의 후반부에 신비롭고 몽환적인 색채를 더했습니다.
  • 이규호(Kyo): 독보적인 세계관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로, “Track 6"을 작곡하여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난해한 순간을 연출했습니다.
  • 강현민: 밴드 ‘러브홀릭’과 ‘일기예보’의 멤버로, “Track 4"를 작곡하여 앨범의 서정성을 더했습니다.

Track by Track 분석#

1. Track 1 (We Walk On This Road)#

  • 작사: 이소라 / 작곡: 토마스쿡(정순용)

가사는 “늘 같은 노래, 뭔가 같은 리듬"이라며 음악 창작의 과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곡 중반에는 이소라와 작곡가 정순용이 노래를 만들며 나누는 실제 대화가 삽입되어, 하나의 노래가 탄생하는 과정을 메타적으로 보여줍니다. “좀 틀려도 돼, 얼른 같이 해봐"라는 가사를 통해, 이 앨범이 완벽하게 정제된 결과물이기보다 만들어져 가는 과정 그 자체임을 암시하며 앨범의 문을 엽니다.

2. Track 2 (Old Fashioned)#

  • 작사: 이소라 / 작곡: 김민규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작곡한 곡으로, 권태기에 빠진 오래된 연인의 모습을 건조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설레임은 없어, 너무 본 적이 많아서"라거나 “다시 연애하기엔 그건 미래가 없어서"와 같은 가사는 사랑의 감정이 식어버린 현실을 냉소적으로 묘사합니다. 결국 화자는 “이제는 사랑이 안된다니, 이별이야"라고 독백하며 관계의 끝을 받아들입니다.

3. Track 3 (I’m So Sad)#

  • 작사: 이소라, 이한철 / 작곡: 이한철

앞선 트랙의 냉소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사랑의 본질에 대한 따뜻한 격려를 담고 있습니다. 가사는 “사랑이 그대 마음에 차지 않을 땐 속상해 하지 말아요"라며, 사랑과 미움의 감정에 지친 이들을 위로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그 곳에, 우리가 가야하는 곳"이라는 후렴구의 반복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임을 노래합니다.

4. Track 4 (She Looked Happier Than Before)#

  • 작사: 이소라, 토마스쿡(정순용) / 작곡: 강현민, 토마스쿡(정순용)

세상을 떠난 누군가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담은 곡입니다. 화자는 “먼저 위에 더 먼 저기 위에” 있는 이를 향해 “다 잘하고 있을게"라며 안심시키고, “참 너답게 아름다울 때 아름답게 안녕히"라고 말하며 이별을 고합니다. “꿈들도 안녕히, 눈물도 안녕히"라는 구절을 지나 “괜찮아 이제 괜찮아, 영원히"라고 반복하며, 슬픔을 넘어선 평온의 상태에 도달했음을 보여줍니다.

5. Track 5 (말 ‘다 외로운’)#

  • 작사: 이소라 / 작곡: 김민규

가사는 “해질 무렵 하늘"과 “까만 밤 빛나는 별"을 보며 떠오르는 단상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화자는 김광석, 바이런, 엘리엇 스미스, 윤동주와 같은, 외롭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던 예술가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그들의 고독에 공감합니다. 결국 세상의 모든 말, “차가운 말, 살가운 말, 따가운 말, 반가운 말"은 모두 “다 외로운 말"이라고 귀결시키며,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에 대해 노래합니다.

6. Track 6 (빵상. 안드로메다 이규호.)#

  • 작사: 이소라 / 작곡: 이규호(Kyo)

거리의 소음과 발소리로 시작하는,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인 트랙입니다. 가사는 “단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 “한없이 불안해 보이는 곳"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그때 난 아이야, 외로운 아이야, 힘없는 아이야"라며 유년 시절의 무력감을 토로합니다. 이소라는 이 곡의 가사를 의도적으로 부정확하게 들리도록 쓰고 불렀다고 밝혔으며, 이는 혼란스러운 내면 상태를 청각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입니다.

7. Track 7 (세상 살기 지겨워 죽겠는 목소리 마음에 드네요)#

  • 작사: 이소라 / 작곡: 이한철

단순한 불면증을 넘어, 고통으로 인해 잠에 의지하려는 처절한 심경을 담은 곡입니다. 화자는 “지난 밤 날 재워준 약 어딨는 거야"라며 약을 찾고, “몸이라도 편하게 좀 잔다는 거야"라고 말하며 깨어있는 것의 고통을 표현합니다. “오 다 외로워 그래요 너 없는 나, 눈을 뜨면 다시 잠을 자"라는 구절의 반복은, 벗어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의 순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8. Track 8 (R.I.P.)#

  • 작사: 이소라 / 작곡: 이한철

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싱어송라이터 엘리엇 스미스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를 추모하며 쓴 곡입니다. 가사는 “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 “술에 취해 말하는 노래"를 들으며 “꼭 그래야 할 일이었을까, 겪어야 할 일이었을까"라고 자문하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합니다. “죽음보다 네가 남긴 전부를 기억할게"라는 마지막 구절은, 한 아티스트의 비극적 죽음을 애도하는 진심 어린 헌사입니다.

9. Track 9 (0 zero 空)#

  • 작사: 이소라 / 작곡: 토마스쿡(정순용)

철학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으로, ‘공수래공수거’의 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가사는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삶과 정체성에 대해 노래합니다. 세상이 자신을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하게, 독하게, 부족하게” 흘러가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10. Track 10 (31. Oct.)#

  • 작사: 이소라 / 작곡: 정지찬

핼러윈을 소재로 한 곡으로, 깊은 가을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트랙입니다. 가사는 “뛰노는 해골 가면 웃음 속에 불길한 옛 영혼들 뒤섞여 떠도네"라며 핼러윈의 기괴한 풍경을 묘사합니다. 켈트족의 전통에서 10월의 마지막 날이 한 해의 끝이자 새해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이 곡은 핼러윈을 “새해를 맞는 날”, “여름이 끝난 날”, “겨울이 물든 날"로 표현하며 삶과 죽음,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축제의 의미를 그리고 있습니다.

11. Track 11 (A Seed)#

  • 작사: 이소라 / 작곡: 정지찬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연상시키는 곡입니다. 가사는 “함께 우주에 뿌려진 우린 수많은 별 그 중에, 처음 마음 내려놓을 곳 찾아 헤매었죠"라며, 광활한 우주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영혼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곡 초반에 사용된 오토튠과 중반부의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 연주는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신비롭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12. Track 12 (I’m So Sad ‘다함께’)#

이 곡은 3번 트랙 “Track 3"을 앨범에 참여한 작곡가들(이규호, 정순용, 강현민, 김민규, 이한철, 정지찬 등)이 다 함께 부른 버전입니다. 녹음 과정에서의 실수와 웃음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어, 앨범의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따뜻하고 인간적인 순간을 선사합니다.

13. Track 13 (We’re All Dreamers)#

앨범의 보너스 트랙으로, 1번 트랙 “Track 1"을 다른 구성으로 리믹스한 곡입니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며,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앨범을 반복해서 듣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앨범에 대한 헌사#

  •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 부문, 최우수 팝 노래 (Track 8)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공인받았습니다.
  • 음악웹진 100BEAT 선정 ‘2000년대 100대 명반’: 14위에 랭크되며,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명반 중 하나로 평가받았습니다.
  • 문학평론가 신형철: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가 부른 노래에 대한 평론 중) “진정한 고통은 침묵의 형식으로 현존한다"는 평가를 통해, 이 앨범을 관통하는 이소라의 고통 표현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References#

  • 나무위키. (n.d.). 이소라 7집.
  • 솔맷의 자료창고. (n.d.). 이소라 7집 앨범 노래모음 전곡 듣기 노래 가사.
  • 네이버 블로그 - yet_vain. (2024, July 24). 가장 자유로운 음악, 이소라 7집.
  • 한국대중음악상. (n.d.). 7th Awards.
  • 100BEAT. (2010). 2000년대 100대 명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