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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발매된 이상은의 6집 공무도하가는 90년대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자, 가장 독창적인 예술적 성취로 평가받는 앨범입니다. 아이돌 스타에서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이상은의 치열한 자기 탐구와 음악적 실험이 담긴 이 앨범은, 동양적 정서와 서구의 모던 록 사운드를 완벽하게 결합하며 시대를 앞서간 걸작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글은 저의 요구사항에 대한 Gemini 2.5 pro 의 대답에 의해 초고가 작성되었으며, 이후 퇴고를 거쳤습니다.


이상은: 경계 없는 탐험가, 아티스트 ‘리채(Lee-Tzsche)’#

이상은은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자작곡 “담다디"로 대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뮤지션입니다. ‘담다디’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고의 아이돌 스타로 떠올랐지만, 그는 상업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 온 진정한 아티스트입니다.

  • 음악 스타일의 변화: 10대 시절의 발랄한 댄스 팝 가수로 시작하여, 그는 90년대 초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미술을, 일본에서 생활하며 시야를 넓혔습니다. 이후 록, 포크, 월드 뮤직 등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전방위적인 음악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리채(Lee-Tzsche)‘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실험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 음악적 배경과 협업: 그의 음악적 전환점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일본의 저명한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와다 마코토(和田誠)가지와라 이쿠오(梶原育夫) 입니다. 공무도하가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이자 연주자로 참여한 이들은, 이상은의 음악적 비전을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업적: 이상은은 대한민국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계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으며, 특히 공무도하가 앨범은 2007년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10위에 오르며 그 음악사적 가치를 공인받았습니다.

앨범 ‘공무도하가’의 탄생과 영향#

공무도하가는 이상은이 아이돌 스타라는 껍질을 완전히 깨고, 아티스트 ‘리채’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한 앨범입니다. 뉴욕에서의 미술 공부와 일본에서의 음악 작업을 통해 얻은 예술적 영감이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앨범의 제목은 고조선의 가요 ‘공무도하가’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동양적인 정서와 철학적 깊이를 상징합니다.

이 앨범의 독창성은 동양의 선(禪)적인 사상과 철학을 서구의 모던 록/얼터너티브 사운드 안에 완벽하게 녹여냈다는 데 있습니다. 이상은은 앨범의 전곡을 작사, 작곡했으며, 여기에 와다 마코토와 가지와라 이쿠오가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일본 특유의 정교하고 세련된 사운드를 더했습니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협업 방식은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시도였습니다.

공무도하가는 발매 당시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평단과 동료 뮤지션들로부터 재평가받으며 ‘시대를 앞서간 명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앨범의 실험 정신과 예술적 성취는 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하는 홍대 인디 씬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Track by Track 분석#

전곡 작사/작곡: 이상은, 편곡: 타케다 하지무

1. 보헤미안#

가사는 거대한 힘을 상징하는 미국(“T-REX”)과 일본(“흰 국화”, “화산”)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시작합니다. 화자는 이러한 강력한 세상 속에서도 “나는 어디 있는지”, “물이 무엇이었는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존재입니다. 그는 자신을 “나보다 더 오래 전 나보다 더 슬프게 이 세상 어딘가를 헤매었던 사람들"과 동일시하며, 어머니의 믿음 속에서 “바다로” 떠밀려 길을 찾아 나서는 보헤미안의 운명을 노래합니다. 이 곡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구도자적 정서와 철학적 탐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트랙입니다.

2. Don’t Say That Was Yesterday#

가사는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연인(“she’s coming back to you”)을 맞이하는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화자는 지나간 시간과 그로 인한 변화에 슬퍼하지 말고(“Don’t say that was yesterday, Don’t cry for the changes”),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전하라고 격려합니다. “거북이처럼 오래 살아도 겨우 백 년"이라는 구절을 통해, 유한한 삶 속에서 재회의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낡은 스웨이드 재킷"은 과거의 연결고리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치로,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은 본질적인 관계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노래합니다.

3. Summer Clouds#

가사는 여름날의 구름을 바라보는 ‘방랑자(wanderer)‘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화자는 구름을 “약한 자들을 위해 폭풍을 품은 천사"이자 “숨 막히는 서사시"로 묘사하며, 웅장하고 양면적인 자연의 모습에서 경외감을 느낍니다. “나의 작은 땅에서 멀리 떠나와, 나는 여기에 있고, 여기로 가며, 여기에 서 있다"는 구절을 통해, 자신의 고향을 떠나 길 위에 서 있는 화자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그는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을 향해, 결국 구름을 찾아 껴안을 때까지 따라가겠다 다짐하며, 자연물에 자신의 희망과 향수를 투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4. 공무도하가#

앨범의 타이틀 트랙으로, 고조선 시대의 시가 ‘공무도하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입니다. 이상은은 고등학교 시절 이 시가의 멜로디가 소실되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고, ‘잃어버린 멜로디를 재현해 보자’는 생각으로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사는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 가지마오"라는 원전의 구절과 한자 원문을 그대로 차용하여, 물에 빠져 죽는 님을 막지 못하는 애통함을 노래합니다. 이상은은 이 고전 서사를 남편(백수광부)은 ‘예술가의 광기’, 그의 아내는 ‘예술가의 현실’, 그리고 이를 노래로 옮긴 여옥은 ‘현실을 넘어서는 예술가의 영혼’으로 해석하며,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선 깊이 있는 예술가적 고뇌를 담아냈습니다.

5. 삼도천#

제목 ‘삼도천’은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경계에 있다는 전설 속의 강을 의미합니다. 가사는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구나"라며 죽음으로 인해 갈라진 두 사람의 상황을 묘사하며 시작합니다. 화자는 이별의 고통 속에서 “강물로 뛰어들어 모두 잊겠네”, “물고기나 되어서 바다로 가리"라며 모든 것을 체념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햇님아 물을 태우렴”, “바람아 강을 메우렴"이라고 외치며, 슬픔을 극복하고 강을 메워 “초록 풀이 자라는 대지"에서 연인과 재회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드러냅니다. 이는 ‘삼도천’이라는 비극적 공간을, 슬픔을 넘어선 재회의 희망으로 바꾸어내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6. 22, 23, 24#

이 곡의 제목은 ‘나이’를 뜻하며, 이상은은 이 노래를 통해 “그 나이 때의 나의 방황을 그렸다"고 설명합니다. 가사는 “보는 내가 세계이고 세계가 나의 시계"라거나 “시간은 내 안에 살고 있네"와 같이, 주체와 객체,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혼란스러운 내면 상태를 표현합니다. 이러한 방황 속에서 화자는 “나에겐 절대적인 것이 필요해"라며,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붙잡아 줄 ‘절대적인 사람’을 갈망합니다. 이는 이상은이 “내면의 그림들이 가장 선명한 때"라고 회고한 청춘의 시기에 겪었던 치열한 실존적 고민과 구도의 과정을 담은 곡입니다.

7. Spring#

전체 가사가 영어로 이루어진 곡으로, 자연과의 교감과 내면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는 소망을 노래합니다. 화자는 자유로운 바람과 땅을 위해 노래하는 새와 나무들에게 “떠다니는 마음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말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내 눈의 빛을 거두지 말아 달라"고, “내 안의 새와 나무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며, 나이가 들어도 새로 태어날 자신에게 “글로 쓸 수 없는 소리로 노래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싶다고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신이 허락한다면 오직 꿈만이 나의 내면이 될 수 있다"고 반복하며, 꿈과 순수한 자아를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8. Come, The Children Do#

전체 가사가 영어로 이루어진 곡으로, 파괴와 혼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세대, 즉 ‘아이들’의 도래를 기다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는 “너의 껍질은 부서지고, 너의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고 말하며 절망적인 상황을 묘사하지만, “늦지 않았다"고 반복하며 천국의 문을 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합니다. 화자는 비와 불 속에서 향로를 들고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순수함을 상징하는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을 통해 구원이 찾아올 것임을 노래합니다. 이는 시련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믿음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곡입니다.

9. 성에#

가사는 추운 겨울 아침, 유리창에 낀 ‘성에’를 보며 떠올리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과 상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화자는 “밤새 솜 이불을 꿰매시던 할머니"와 “난로 옆에 밀감” 같은 포근한 과거의 풍경을 회상합니다. 창문에 낀 성에를 “얼음 글씨”, “어제 꾼 꿈"으로 묘사하며, 그 속에서 “집을 잃은 소년과 길을 잃은 소녀가 만나 행복해지는 먼 나라 얘기"나 “눈의 나라 여왕님이 사는 북극 궁전"을 상상합니다. 이 곡은 차가운 ‘성에’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에는 부재하는 할머니의 온기와 동화 같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려내는 서정적인 트랙입니다.

10. 새#

이 곡은 이상은이 뉴욕 유학 시절, 맨해튼 빌딩숲 한가운데서 날지 못하고 앉아있던 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입니다. 가사는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이상적인 존재인 ‘새’와, 돈을 세며 살아가는 “좁고 우스운 땅 위"의 현실을 대비시킵니다. 화자는 새에게 “내려오지 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라고 간절히 외치며, 순수한 이상이 냉혹한 현실에 의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는 물질문명 속에서 자신의 날개(꿈, 이상)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다시 날개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을 ‘새’에 투영한 곡으로, 앨범의 구도자적 정서를 마무리하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11. September Rain Song#

전체 가사가 영어로 이루어진 곡으로, 9월의 비를 배경으로 지나간 시절과의 작별을 노래합니다. 화자는 “시간은 와인 강처럼 흐르는데, 우린 잔을 잃어버렸다"고 말하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상실감을 표현합니다. 그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9월의 비 노래"를 들어달라고 청하며, “거칠고 자유로웠던 꽃들(wild wild flowers)“과 “거칠고 자유로웠던 꿈들(wild wild dreams)“에 작별 인사를 할 때 키스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푸른 용과의 비행”, “분홍 인어와의 다이빙"과 같은 환상적인 이미지들은 이제 다시는 예전과 같을 수 없는, 지나간 젊은 날의 순수한 환상을 상징하며 곡의 애틋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12.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든#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곡은 앨범 부클릿(booklet)에는 가사가 인쇄되어 있으나, 실제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악기 연주로만 이루어진 연주곡입니다. 곡의 제목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든"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삶과 죽음, 윤회에 대한 철학적 탐구의 최종적인 결론을 암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곡은 훗날 이상은의 9집 앨범 “Asian Prescription” 에서 “Reincarnation"이라는 제목의 영어 가사 버전으로 다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앨범에 대한 헌사#

  • 음악평론가 박준흠: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거둔 최고의 수확. 동양적 세계관과 서양의 록 양식을 훌륭하게 결합시킨,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이다.” [1]
  • 음악평론가 임진모: “아이돌 ‘담다디’ 소녀가 진정한 아티스트 ‘리채’로 거듭났음을 알린 선언과도 같은 앨범. 그녀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다.” [1]
  • 2007년 경향신문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0위 선정: “대중음악을 ‘구도의 길’로 삼은 예술가의 치열함이 낳은, 시대를 초월한 걸작.” [1]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