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원인에 대한 ‘자연적 기후 주기’ 가설이 신빙성이 있는지에 대해 gemini 2.5 pro 에게 요청한 연구 결과입니다.


서론#

지구의 기후는 인류 문명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부터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다.[1, 2, 3] 과거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가며 극적인 기온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일부에서는 현재 관측되는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이 인간의 산업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 아니라, 지구 본연의 장기적인 자연 순환 주기의 일부일 뿐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4, 5] 이 주장은 현재의 온난화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흐름이며, 따라서 인간의 노력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따라서 과학계의 핵심 과제는 과거의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혁명 이후 관측된 온난화 현상이 이러한 기존의 자연적 패턴에 부합하는지, 혹은 인류가 유발한 새로운 현상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본 보고서는 ‘자연 주기’ 가설의 과학적 신빙성을 엄밀하고 증거에 기반하여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빙하기를 유발하는 핵심 자연 주기인 밀란코비치 주기를 포함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연적 기후 변동 메커니즘을 설명할 것이다. 이후, 이 가설을 변화의 속도, 대기 구성, 태양 활동, 그리고 최첨단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등 다각적이고 독립적인 현대 관측 데이터와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현재의 기후 변화에 대한 자연 주기 설명의 타당성과 그 한계를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1. 지구 기후의 거대한 리듬: 자연 주기의 이해#

‘자연 주기’ 가설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 기후를 변동시키는 자연적 요인에 대한 과학적 토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구의 기후는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에 걸친 거대한 리듬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주로 지구의 천문학적 운동에 의해 조율된다.

1.1 밀란코비치 이론: 빙하기의 조율자#

20세기 초 세르비아의 과학자 밀루틴 밀란코비치는 지구의 공전 궤도와 자전축의 주기적인 변화가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과 분포를 변화시켜 빙하기와 간빙기의 순환을 일으킨다는 이론을 정립했다.[6, 7, 8, 9]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s)로 알려진 이 천문학적 변동은 지구 기후의 장기적인 ‘조율자(pacemaker)’ 역할을 한다. 이 이론은 심해 퇴적물과 빙하 코어(ice core) 분석을 통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8, 10, 11],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 공전 궤도 이심률(Eccentricity): 지구의 공전 궤도가 거의 원형에서 완만한 타원형으로 변하는 주기로, 약 10만 년과 41만 3천 년의 주기를 갖는다. 이심률이 커지면(더 타원형이 되면) 지구가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근일점)와 가장 멀 때(원일점)의 거리 차이가 커져, 지구가 받는 연간 총 태양 에너지의 양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8, 12, 13]
  • 자전축 경사각(Obliquity):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약 4만 1천 년을 주기로 22.1도에서 24.5도 사이에서 변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전축 경사각이 커지면 계절 변화가 극심해져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진다. 이는 고위도 지방의 빙하가 여름에 얼마나 녹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8, 12, 13, 14]
  • 세차 운동(Precession): 팽이가 돌면서 비틀거리듯 지구의 자전축이 약 2만 3천 년에서 2만 6천 년 주기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북반구의 여름이 지구가 태양과 가장 가까운 근일점에서 발생할지, 아니면 가장 먼 원일점에서 발생할지가 결정되며, 이는 계절의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8, 9, 12, 15]

이 세 가지 주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특정 시기, 특정 위도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빙하가 확장되거나 후퇴하는 조건을 만든다.

주기 천문학적 변수 주기 (대략) 기후에 미치는 영향
이심률 지구 공전 궤도의 모양 (원형 ↔ 타원형) ~10만 년 & ~41만 3천 년 연간 총 태양 복사량 조절 및 세차 운동 효과 증폭 [8, 12, 13]
자전축 경사각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4만 1천 년 계절의 강도에 영향 (기울기가 클수록 계절 변화 극심), 빙상 안정성에 중요 [8, 12, 13]
세차 운동 자전축의 ‘팽이 운동’ ~2만 3천 년 - ~2만 6천 년 근일점/원일점에서의 계절 시기 변경, 계절별 태양 에너지 수신량 변화 [8, 9, 12]

1.2 피드백의 역할: 미세한 자극에서 전 지구적 변화로#

‘자연 주기’ 가설은 종종 밀란코비치 주기를 기온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강력한 힘으로 묘사하지만, 과학적 사실은 다르다. 밀란코비치 주기에 의한 태양 복사 에너지의 변화 자체는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의 거대한 온도 차이(약 4~7°C)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3, 16] 이 주기는 단지 ‘방아쇠’ 역할을 할 뿐이며, 실제 기후의 극적인 변화는 지구 시스템 내의 강력한 증폭 메커니즘, 즉 피드백(feedback) 효과에 의해 일어난다.

가장 중요한 피드백은 온실가스와 관련이 있다. 과거 기후 기록을 분석하면, 궤도 변화로 인해 지구가 미세하게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바다가 데워지면서 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CO_2$)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대기 중 $CO_2$ 농도가 높아지면 온실효과가 강화되어 지구는 더 많은 열을 가두게 되고, 이는 초기 온난화를 증폭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온난화가 더 많은 $CO_2$ 방출을 유발하고, 방출된 $CO_2$가 다시 온난화를 가속하는 양의 피드백 고리(positive feedback loop)를 형성한다.[10, 17, 18, 19] 실제로 과거 빙하기가 끝날 때 발생한 전체 온난화의 약 90%는 $CO_2$ 농도 증가가 시작된 이후에 일어났다.[18] 이는 $CO_2$가 온난화의 강력한 증폭제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또 다른 중요한 피드백은 알베도(albedo), 즉 지표면의 태양광 반사율과 관련이 있다. 지구가 따뜻해져 눈과 빙하가 녹으면, 햇빛을 잘 반사하던 밝은 표면(높은 알베도)이 어두운 색의 땅이나 바다(낮은 알베도)로 바뀐다. 어두운 표면은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여 온난화를 더욱 가속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얼음을 녹이는 악순환을 만든다.[10, 12, 17, 20]

이러한 피드백 메커니즘의 존재는 ‘자연 주기’ 가설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과거의 기록은 기후가 외부 요인에 둔감한 시스템이 아니라, 온실가스 농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만약 자연적이고 느린 $CO_2$ 증가가 과거에 거대한 기후 변화를 이끌었다면, 인류가 유발한 전례 없이 빠르고 막대한 양의 $CO_2$ 증가는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일부 회의론자들이 과거 기후에서 온도가 $CO_2$보다 먼저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온실효과를 부정하려 하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피드백의 관계를 오해한 것이다. 그 시간적 지연은 정확히 기후 과학이 예측하는 바와 일치한다. 즉, 궤도 변화가 ‘초기 원인’이 되어 미미한 온난화를 유발하고, 이 온난화가 ‘결과’로서 $CO_2$ 방출을 촉발하며, 이 방출된 $CO_2$가 다시 ‘주요 원인’이 되어 이후의 대규모 온난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이 과정에서 느린 궤도 변화라는 방아쇠를 건너뛰고, 가장 강력한 증폭제인 $CO_2$를 대기에 직접, 그리고 폭발적인 속도로 주입하고 있다.

2. 현대 온난화 맥락에서 ‘자연 주기’ 가설 평가#

‘자연 주기’ 가설이 현재의 온난화를 설명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 가설의 예측을 현대 관측 데이터와 직접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비교 분석은 속도, 시점, 원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측면에서 ‘자연 주기’ 가설이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2.1 속도의 문제: 전례 없는 변화율#

자연 주기 가설이 가진 가장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한계는 현재 온난화의 ‘속도’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밀란코비치 주기는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작동한다.[10, 17] 반면, 현재의 온난화는 불과 150년이라는 지질학적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으며, 온난화의 대부분은 1975년 이후에 집중되었다.[3, 10, 21]

이 속도의 차이는 정량적으로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해진다.

  • 온도 변화 속도: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약 5,000년에 걸쳐 4~7°C 상승했다. 현재의 온난화는 이 자연적인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약 10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3, 11, 22]
  •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 과거 빙하기가 끝날 때 자연적으로 발생했던 $CO_2$ 농도 증가는 수천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 활동으로 인한 $CO_2$ 증가는 당시 자연적 원인에 의한 증가 속도보다 약 250배나 빠르다.[11, 22] 인류가 지난 한 세기 동안 대기에 추가한 $CO_2$의 양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 자연이 1만 년에 걸쳐 추가한 양과 맞먹는다.[23]

이러한 시간 척도의 극심한 불일치는 현재의 기후 변화가 과거의 자연 주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훨씬 더 강력한 요인에 의해 추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연 생태계와 인류 사회는 점진적인 변화에는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전례 없이 빠른 변화는 생물권의 적응 능력을 심각하게 위협한다.[2, 23]

2.2 시점의 문제: 현재 지구의 궤도 주기상 위치#

만약 밀란코비치 주기와 같은 자연적 요인이 현재 기후를 지배하고 있다면, 지구는 현재 장기적인 냉각 추세에 있어야 한다.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지구의 현재 궤도 위치상 약 6,000년 전부터 지구는 점진적이고 느린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이 자연적인 냉각 추세는 앞으로 수천 년에 걸쳐 계속되어 궁극적으로 다음 빙하기로 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10, 17, 23]

그러나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급격한 온난화는 이 장기적인 자연 냉각 추세를 갑작스럽게, 그리고 극적으로 역전시켰다.[10, 17] 이는 현재의 온난화가 단순히 자연 주기의 일부가 아님을 넘어, 그 자연적인 흐름을 압도하고 거스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인위적 온난화 요인은 중립적인 상태에서 온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수천 년간 지속된 자연적인 냉각 관성을 멈추게 하고, 나아가 정반대 방향인 급격한 온난화로 전환시킬 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가 유발한 온난화 효과의 실제 크기는 관측된 온도 상승치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2.3 원인의 문제: 온난화와 태양 활동의 단절#

많은 ‘자연 주기’ 지지자들은 태양 활동의 변화가 현대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1, 4, 5, 24] 그러나 태양 활동과 지구 기온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 데이터는 이러한 주장을 명백히 반박한다.

1950년대 이후 지구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동안,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총량(TSI, Total Solar Irradiance)은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태양은 자연적인 11년 주기의 흑점 활동에 따라 미미한 등락을 반복했으며, 지난 40년간의 위성 관측 데이터는 태양 에너지가 오히려 약간 감소하는 추세에 있음을 보여준다.[10, 17, 25, 26, 27] 1750년 이후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 효과는 같은 기간 태양 자체의 활동 변화로 인한 미미한 온난화 효과보다 50배 이상 크다.[10, 17, 28]

온난화의 패턴, 즉 ‘대기권의 지문’ 역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만약 태양이 온난화의 원인이라면,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가 유입되므로 대기권의 모든 층(지표면부터 성층권까지)이 함께 가열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성과 기상 관측기구의 실제 측정 결과는 정반대의 패턴을 보여준다. 지표면과 가까운 하층 대기(대류권)는 온난화되고 있는 반면, 그 위 상층 대기(성층권)는 냉각되고 있다.[10, 17, 29, 30, 31] 이는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온난화에서 정확히 예측되는 현상이다. 온실가스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을 대류권에 가두어 하층 대기를 덥히고, 결과적으로 상층 대기인 성층권에 도달하는 열을 감소시켜 그곳을 냉각시키는 것이다. 이 독특한 ‘지문’은 태양 활동이 아닌 온실가스가 현재 온난화의 주범임을 명확히 가리킨다.

이처럼 궤도 주기의 속도와 시점, 태양 활동의 추세와 대기권 가열 패턴 등 모든 주요 자연적 설명이 관측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과학에서 여러 독립적인 증거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는 것을 ‘일치(consilience)‘라고 부르는데, 현재 기후 변화에 대한 모든 자연적 원인 가설이 관측 데이터에 의해 기각됨에 따라, 인위적 요인 가설의 신뢰성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3. 인위적 신호: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의 압도적 증거#

자연 주기 가설이 현대 온난화를 설명하는 데 실패하는 반면, 인간 활동이 주된 원인이라는 가설은 여러 독립적인 증거들을 통해 강력하게 뒷받침된다.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과 정교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은 인위적 온난화의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다.

3.1 ‘스모킹 건’: 80만 년의 CO2 데이터#

남극과 그린란드의 깊은 빙하를 시추하여 얻은 빙하 코어는 과거 대기의 성분을 직접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타임캡슐과 같다.[32, 33, 34] 빙하 속에 갇힌 고대의 공기 방울을 분석하면, 지난 수십만 년간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현재의 대기 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 즉 ‘스모킹 건(smoking gun)‘이다.

빙하 코어 기록에 따르면, 지난 80만 년 동안 지구의 대기 중 $CO_2$ 농도는 빙하기에 약 180 ppm(parts per million), 간빙기에 약 280~300 ppm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변동해왔다.[10, 17, 33, 35, 36, 37] 이 300 ppm이라는 수치는 지난 80만 년간 자연적인 기후 시스템의 ‘상한선’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연소하기 시작하면서 이 균형은 깨졌다. 대기 중 $CO_2$ 농도는 80만 년 만에 처음으로 300 ppm을 돌파했으며, 현재는 420 ppm을 넘어섰다. 이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50%나 높은 수치이며, 과거 자연 주기의 어떤 시점에서도 관측된 적 없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30, 36, 38, 39]

이 데이터는 현재의 대기 상태가 단순히 긴 주기의 한 지점이 아니라, 지난 80만 년 동안 지구 기후 시스템이 유지해 온 ‘자연적 작동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더 이상 자연적인 ‘주기’가 아닌, 인위적인 ‘급변’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과거의 자연 주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3.2 모델링을 통한 원인 규명: 인위적 요인 분리#

기후 모델은 대기, 해양, 육지, 빙하 사이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물리와 화학의 기본 법칙에 기반한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19] 회의론자들은 종종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을 들어 모델을 비판하지만, 기후 모델의 가장 강력한 용도 중 하나는 과거의 변화를 설명하는 ‘원인 규명(attribution)’ 연구에 있다. 이는 마치 통제된 실험처럼, 관측된 기후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리해내는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1. 자연적 요인만 고려한 시뮬레이션: 태양 활동 변화, 화산 폭발 등 알려진 자연적 기후 변동 요인만을 입력하여 기후를 재현한다.[40, 41, 42]
  2.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을 모두 고려한 시뮬레이션: 자연적 요인과 더불어, 인간 활동으로 인해 관측된 온실가스 및 에어로졸(대기 중 미세입자) 농도 증가를 함께 입력한다.[40, 41, 43]

결과는 명확하고 일관되게 나타난다. 오직 자연적 요인만을 고려한 모델은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된 급격한 온난화를 전혀 재현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 모델들은 지난 50~60년간 지구가 약간 냉각되었어야 한다고 예측한다.[19, 41] 반면, 인위적 요인(특히 온실가스 증가)을 포함한 모델은 실제 관측된 전 지구 평균 기온 변화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재현해낸다.[40, 41]

이러한 모델링 결과는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를 입증한다. 즉, 물리 법칙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이 실제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요인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이러한 압도적인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간의 영향이 대기, 해양, 그리고 육지를 온난화시켰다는 것은 명백하다(unequivocal)“고 결론 내렸다.[38, 43, 44, 45] IPCC의 최신 보고서(AR6)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관측된 온난화의 거의 100% 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 강제력 요인 영향 시간 척도 온난화 기여도 추정치 (1850–2019) 주요 증거 출처
자연적 강제력
밀란코비치 주기 수만 년 ~ 수십만 년 무시할 수준 (오히려 약간의 냉각 예측) NASA [10, 17]
태양 및 화산 활동 11년 주기 & 불규칙적 $-0.1$°C ~ $+0.1$°C IPCC [43], NASA [26, 27]
인위적 강제력
온실가스 ($CO_2$, $CH_4$ 등) 수십 년 ~ 수백 년 $+1.0$°C ~ $+2.0$°C IPCC [43]
에어로졸 & 토지 이용 변화 수십 년 ~ 수백 년 $0.0$°C ~ $-0.8$°C (순 냉각 효과) IPCC [43]
순 인위적 영향 (최선 추정치) 수십 년 ~ 수백 년 $1.07$°C IPCC [43]
총 관측된 온난화 수십 년 ~ 수백 년 $0.9$°C ~ $1.2$°C IPCC [43]

4. 기타 주장 및 과학적 합의의 본질에 대한 고찰#

밀란코비치 주기 외에도, 자연 주기설을 지지하는 일부 주장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주장들을 검토하고, 기후 과학계의 압도적인 합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4.1 ‘1,500년 주기설’의 해부#

일부 자연 주기설 지지자들은 현재의 온난화가 약 1,500년 주기로 반복되는 짧은 기후 변동의 일부라고 주장한다.[46, 47, 48, 49] 이 주장은 과거 빙하 코어 기록에서 발견된 단스가르드-외슈거(Dansgaard-Oeschger, D-O) 이벤트라는 실제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D-O 이벤트는 현재의 온난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47, 50, 51]

D-O 이벤트는 지구 전체의 총에너지가 증가하는 전 지구적 온난화 현상이 아니라, 주로 북대서양 지역의 해류 변화로 인해 열이 재분배되는 지역적 현상이다. 이는 한쪽 반구가 따뜻해질 때 다른 쪽 반구는 차가워지는 ‘시소(see-saw) 효과’를 특징으로 한다.[47, 50] 즉, 지구 시스템 내의 총 열량은 변하지 않고 열의 분포만 바뀌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의 온난화는 육지, 대기, 해양을 포함한 지구 전체가 동시에 가열되고 있는 명백한 전 지구적 현상이다.[21, 50] 이는 지구의 에너지 수지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지역적 열 재분배가 아닌 강화된 온실효과와 일치하는 결과다.

4.2 과학적 합의의 이해#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이라는 점에 대한 97% 이상의 과학적 합의는 단순한 의견 수렴이나 투표의 결과가 아니다.[51] 이는 본 보고서에서 상술한 바와 같이, 서로 다른 분야의 수많은 독립적인 증거들이 모두 하나의 일관된 결론을 가리키는 과학적 과정의 산물이다.[11, 52] 변화의 속도, 궤도 주기의 시점, 태양 활동과의 불일치, 전례 없는 $CO_2$ 농도, 기후 모델의 원인 규명 결과 등 모든 증거가 인위적 온난화라는 결론으로 수렴한다.

물론 과학의 발전에서 건전한 회의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자연 주기’라는 주장은 이미 수많은 관측 증거와 비교 검증을 통해 과학적으로 기각되었다. 이러한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배경에는 종종 과학적 논쟁보다는 정치적, 경제적 동기를 가진 기관이나 단체의 영향이 존재하기도 한다.[52] IPCC와 같은 국제 과학 기구는 동료 심사를 거친 모든 과학 문헌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가장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결론을 도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론: 증거의 종합#

본 보고서는 현재의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이 자연적인 기후 주기의 일부라는 가설을 다각도의 과학적 증거를 통해 체계적으로 검증하였다. 분석 결과, ‘자연 주기’ 가설은 지난 150년간의 온난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모든 핵심적인 측면에서 실패함이 명백히 드러났다.

  • 속도의 측면에서 실패했다: 현대 온난화는 밀란코비치 주기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적 변화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시점의 측면에서 실패했다: 지구의 천문학적 위치는 현재 장기적인 냉각 추세를 예측하고 있으며, 현재의 온난화는 이 자연적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 원인의 측면에서 실패했다: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태양 활동은 지난 수십 년간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여, 관측된 기온 상승과 뚜렷한 반대 경향을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위적 지구 온난화 이론은 모든 주요 증거들과 완벽하게 부합한다. 80만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온실효과와 일치하는 독특한 대기권의 온도 변화 패턴, 그리고 인간의 배출 요인을 포함했을 때에만 과거의 온난화를 정확히 재현하는 기후 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인간 활동이 현재 기후 변화의 주된 동력임을 강력하고 일관되게 입증한다.

따라서 IPCC를 비롯한 전 세계 주류 과학계의 결론은 가정이 아닌, 대안 가설들에 대한 엄격한 검증과 압도적인 관측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현재의 온난화 추세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아니라, 명백히 인간 활동에 의해 촉발된 지구 기후 시스템의 심각하고 급격한 교란이다.


References#